◎“단 하루만에 피의보복” 큰 충격/여행통제·근로자 철수등 검토 에어프랑스 인질구출작전의 성공으로 환희에 들떴던 프랑스가 하루만에 자국민에 대한 보복성테러가 발생하자 우려와 경악의 분위기로 바뀌었다.
프랑스정부와 국민들은 프랑스 특공대가 인질극 54시간만에 납치범 4명을 사살하고 승객 1백72명 전원을 구출하자 「항공테러사상 가장 완벽한 진압작전」이라며 흥분했다. 국민들은 뉴스전문TV인 LCI방송의 생중계를 통해 구출작전을 생생히 지켜보면서 마치 영화의 해피엔딩을 보듯 환호를 보냈다. 미테랑대통령은 작전을 완수한 특수진압부대(GIGN)요원들을 엘리제궁으로 불러 격려하고 『프랑스는 결코 테러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과시했다.
그러나 27일 알제리에서 프랑스인신부 3명이 무장괴한들에게 피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구출작전이 끝난지 채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발생한 이 사건이 알제리 회교원리주의자들의 보복행위인지는 즉시 알려지지 않았다.
발라뒤르총리는 긴급각의를 소집,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했으나 특별한 대책은 마련되지 못했다. 프랑스는 인질범 사살후 보복테러가능성을 우려, 알제리를 왕래하는 모든 항공기와 선박의 운항을 잠정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이같은 우려가 즉각 현실로 나타나자 큰 충격을 받고있다. 성직자 피살후 프랑스정부는 일단 자국민의 알제리 여행을 통제하고 알제리에 있는 사람들을 귀국시킬 것을 검토하고 있다. 르몽드지는 이날 회교 테러리스트의 지속적인 보복가능성을 지적하며 대알제리 정책이 중대한 선택의 기로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성직자피살로 지난해 9월 알제리의 반정부 회교원리주의 정치세력인 「이슬람구국전선」이 외국인 철수를 경고한 이래 76명의 외국인이 피살됐다. 이중 프랑스인은 25명이다.
프랑스정부는 납치사건이 해결된 후 프랑스의 대알제리정책에 대한 회교 원리주의자들의 불만과 보복을 우려해 프랑스가 알제리의 군부정권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이례적으로 강조했다. 프랑스는 92년 알제리 총선에서 회교원리주의정당이 승리하자 알제리군부가 선거를 무효화시키는 것을 은밀히 지원했다. 회교원리주의자들이 집권할 경우 알제리 중산층의 대량이민과 식민종주국으로서의 영향력 상실을 우려했던 것이다.
프랑스정부와 알제리 회교원리주의 세력은 이런 연유로 지난해 하반기이후 관계가 급격히 악화돼왔다. 프랑스경찰은 지난해 11월 프랑스에 본거지를 둔 회교과격파 간부등 88명을 체포한뒤 자국민이 테러로 희생될 때마다 회교 원리주의자들에 대한 검거와 소탕으로 대응했다.
프랑스에는 현재 5백만명에 달하는 회교도가 살고 있으나 알제리인이 가장 많다. 이들은 최근 프랑스의 실업난과 외국인 배척분위기로 더욱 단결하고 있다. 회교 과격파들은 그들의 존재와 명분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이번 납치극을 벌였으며 가장 적합한 무대로 프랑스를 선택했다.
그러나 프랑스정부도 테러에 대해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여서 앞으로도 회교 원리주의자들의 테러와 강경대응의 악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1백30여년간의 식민지경영과 국민의 뜻을 배반한 알제리 군부집권세력에 대한 지원의 대가로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파리=한기봉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