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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특공대 인질구출/극적상황 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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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특공대 인질구출/극적상황 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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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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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광탄… 집중사격… 전광석화4분 “상황 끝”/항공사 직원 위장 기체에 달라붙어/음성 탐지·열감응장치로 위치 파악/저항 의외강력… 적외선총으로 제압 프랑스 국립헌병대 개입부대(GIGN)소속 특수요원들에 의한 에어 프랑스 인질구출작전은 실낱 같은 가능성을 완벽하게 성공시킨 특공작전이었다. 피랍기의 출입문을 뚫고 기내에 진입하면서 인질구출작전을 개시, 범인들을 사살하고 승객과 승무원 전원을 구출한 극적인 특공작전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

▷작전개시◁

 피랍기에 앞서 미리 마르세유 시내 마리냥공항에 도착한 GIGN대원들은 항공사직원, 공항식당 종업원등으로 위장해 요로요로에 배치돼있었다. 되풀이 되는 훈련과 오랜 경험으로 이들의 행동은 보도진조차 특수대원인지를 모를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이들은 피랍기가 기착하자 기내에 식사와 음료를 넣어주며 테러리스트들의 면면과 위치를 파악했다. 또한 감청팀은 음성탐지기와 열감응추적장치를 통해 기내를 샅샅이 감시했다. 그러나 움직이는 물체 모두가 승무원인지 테러리스트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한명의 착오도 작전 전체를 실패로 돌리는 중대 실책이 될 수있었다.

 특공대장인 데니 파비에소령은 24명의 대원을 3개조로 나눠 행동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8명으로 짜여진 선공조가 조종석등 기내 앞부분에 모여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테러리스트를 차단하는 동안 후미 양측면 승강구를 통해 2개조가 진입, 승객 탈출을 엄호하는 계획이다. 수차례 되풀이 해온 훈련이지만 작전 성공 가능성은 실낱 같았다. GIGN 교본조차 비행기인질구출은 승객이 70명이하일 때 실시해야한다고 명시하고있다. 사고기에는 1백명이 더 많은 1백70명이 타고있었다. 이들은 불가능을 향해 나아가기로 했다.

 그만큼 상황은 긴박했다. 이미 승객 3명을 죽인 인질범들은 그들이 설정한 최후통첩시간이 지나자 무전연락을 끊은채 관제탑을 향해 총질을 가하고 다이너마이트 뭉치를 꺼내들며 발작적 행동을 보이기 시작, 어떤 참사가 빚어질 지 모를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작전개시 명령은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로부터 직접 내려졌다.

▷기내진입◁

 테러리스트들에게는 음식물을 기내에 운반하기위해 설치해놓은 트랩를 치우지 않은 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 검은 복장과 복면으로 갈아입은 대원들은 트랩을 타고 조종석옆으로 거미처럼 달라붙었다. 이어폰으로 「공격개시」를 알리는 파비에소령의 목소리에 승강구문을 따고 선두 대원이 섬광수류탄을 조종석에 까 던진 것은 거의 동시였다. 그러나 첫 발은 빗나갔다. 지상에 떨어진 수류탄은 노란연기섬광과 함께 큰 파열음을 냈다.

 이 순간 납치범들은 상황을 파악한듯 열린 문틈으로 총알을 퍼부어 댔다.트랩위에서 대원 한명이 맞아 굴러떨어졌다. 다시 던진 섬광탄은 정확히 조종석에 꽂히며 섬광을 뿜어냈다. 무전으로 미리 연락을 받고있던 부조종사가 창틀 너머로 탈출한 것은 이때다. 2∼3발의 섬광수류탄이 연속 터졌다.

 섬광탄 발사를 신호로 후미의 2개조가 양측 승강구를 밀치며 기내에 진입, 승객들에게 엎드리라고 외치며 납치범이 있는 조종석을 향해 자동소총을 쏘아댔다. 당황한 납치범들은 방탄으로 된 조종석문을 엄폐물 삼아 마구 총질을 해대며 수류탄을 집어던졌다. 기내는 삽시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다행히 이미 섬광수류탄에 눈이 멀어버리고 전기도 끊겨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이들의 조준은 정확지 않았다. 그래도 또 한명의 대원이 납치범이 던진 수류탄에 한 팔을 잃고 쓰러졌다. 특공대원들은 몸으로 납치범들의 공격을 막으며 승강구의 미끄럼틀을 펼쳐 탈출을 유도했다.

▷인질범제압◁

 죽음을 각오한 납치범들의 저항은 의외로 강했다. 특공대원들의 공격이 개시되자 4명의 납치범들은 조종석을 중심으로 인질과 차단문을 방패삼아 무차별 총격과 수류탄공격을 가했다. 이들은 차단문을 열고 집중사격과 수류탄 투척을 한후 곧 문을 닫아걸며 집요히 버텼다. 이때문에 승무원 3명을 포함한 16명의 승객이 부상했고 곳곳에 피가 튀고 비명이 잇달아 지옥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기내에 진입한 특공대원들은 적외선 조준경을 통해 납치범들에게 정확히 조준사격을 가했다.

 트랩에 있던 선공조는 계속해서 섬광수류탄과 고폭수류탄을 조종석에 집어넣었다. 잠시후 조종석내에 정적이 흘렀다. 1백72명의 승객은 물론 전세계를 경악속에 몰아넣었던 4명의 납치범들은 모두 숨졌다.

 「상황 종료」. 관제탑에서 손에 땀을 쥐며 지상의 상황전개를 지켜보던 관계자들은 무전기를 타고 흐르는 파비에소령의 목소리에 안도의 환호성을 올렸다. 54시간 계속된 악몽의 끝이었다. 전광석화 같았던 4분간의 완벽한 인질구출작전이 종료된 것이다.<윤석민기자>

◎GIGN/6백50차례 특수작전 완벽수행/불국방부산하 최정예부대/79년 「메카난동」진압 유명

 에어 프랑스기 구출작전을 감행한 불특공대는 GIGN(GROUPE DINTERVENTION DE LA GENDARMERIE NATIONALE:국립헌병대 개입부대)이라는 약자로 알려진 국방부 산하 헌병대 직속 최정예 특수부대이다.

 GIGN은 10년전인 지난 84년에도 마리냥공항에서 알제리행 에어버스 화물수송기가 인질 6명과 함께 납치·억류된 사건을 해결한 적이 있다.

 74년 뮌헨올림픽 선수촌 테러사건이 있은 직후 은밀하게 창설된 GIGN은 소령이 부대장이며 전체 대원이 작전요원 60명을 포함, 87명이며 4개팀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부대는 지금까지 프랑스의 구식민지 게릴라전, 흉악범및 교도소 폭동진압등 6백50여 차례의 특수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79년 7월 사우디아라비아의 회교성지 메카에서 있었던 회교원리주의자들의 유혈 점거난동사태 진압작전. 사우디정부의 요청으로 투입된 GIGN요원들은 당시 회교도로 위장개종하기까지 했다.

 GIGN은 또 83년 파리 남쪽 오를리공항에서 이란 항공사 소속 여객기의 승객 2백여명을 인질로 잡고 있던 이란인 납치범 6명을 체포하는등 풍부한 작전경험을 갖고 있다. GIGN은 이번 마르세유 작전을 포함해 창설 이후 지난 20년간 모두 5백20여명의 피랍 여객기승객을 구출하는 기록을 갖게 됐으나 그간 부대원 희생자는 5명일 뿐이다. 이 부대는 이번 기습작전에서도 승객과 대원의 피해를 극소화하면서 불과 4분내에 사건을 완전히 수습했다.

 그 실체와 활동이 외부세계에 거의 공개되지 않고 있는 GIGN은 파리교외 사토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데 프랑스정부가 항상 긴급상황의 마지막 순간에 사용해온 「최후의 총알」역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리의 소식통들에 의하면 프랑스정부는 GIGN을 동원할 때는 작전의 성공률을 계산, 확률이 높다고 판단될 때만 추진하며 일단 작전결정이 내려지면 과학적인 작전계획과 엄청난 병참지원을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작전에 실패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파리=한기봉특파원】

□구출작전 시간표

△26일 상오 3시14분=피랍 에어프랑스기, 프랑스 마리냥공항 착륙.

△4시30분=인질범들과 협상개시.

△5시=인질범, 파리로 가기위해 비행기 급유요구.

△9시30분=범인 제시 급유시한 만료.

△하오 1시30분=공항측, 피랍기에 첫 식사제공.

△3시30분=인질범, 승객 2명 추가석방

△4시30분=납치범, 5시까지 급유완료하라는 최후 통첩후 무선연락중단.

△5시=피랍기 관제탑부근으로 이동.

△5시15분=인질범, 관제 탑쪽으로 수발의 총탄 발사. GIGN요원 작전 개시. 인질범들이 은신중인 조종실안으로 3∼4 발의 섬광수류탄 투척. 인질범, 총격과 수류탄 투척으로 저항. 승객, 승강구 미끄럼틀 이용해 탈출.

△5시19분=납치범 4명 사살. 사건발생 54시간여만에 상황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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