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5월22일 상오 긴장속에 판문점 군사정전위가 열렸다. 의제는 비무장지대를 정찰비행중 북한군에 피격, 사망한 L 19기 조종사 임승상중위의 유해송환이었다. ◆북한수석대표 박중국소장이 송환조건으로 사과문서에 서명을 요구하자 유엔군측 수석대표 윌리엄 야보로소장이 입을 열었다. 『시체까지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는 것은 인간이전의 행위다. 당신들에게 양보함으로써 깎이는 내 체면은 유족들의 슬픔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이 문서엔 나와 림중위의 저주가 깔려 있음을 기억하라』 ◆53년7월27일 발효된 휴전협정(23∼30조)에는 협정위반사건이 발생할 경우 영관급장교 4∼6명으로 구성된 공동조사반과 중립국감시위가 현장조사후 정전위에 보고,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 양측이 관련된 사건때마다 북한은 조사를 거부하는 대신 무조건 사과를 요구했고 마지못해 사과하면 이를 정치선전에 이용해 왔었다. ◆하기야 북한은 지난 41년간 42만6천2백여건의 협정을 위반하고도 시인한 것은 단 3건뿐이었다. 이번 미군헬기 사건도 협정규정대로 공동조사를 통해 영공침범이 확인될 경우 사과를 받고 신병을 인도하면 된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과 철저한 정치적 협상으로 홀준위를 송환하려는 속셈을 드러냈다. 미국에대해 선사과와 고위인사의 방북을 요구한 것이다. ◆인명 구조도 중요하나 북한의 억지를 뻔히 알고도 허바드국무부부차관보를 오늘 평양에 보내는 미국이나 판문점통과를 허용하는 한국 모두 문제가 있다. 핵놀음에 이어 휴전협정―정전위의 무력화를 노리는 북의 책략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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