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1억대 PC의 칩 장악 인텔사의 오늘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 있다. 바로 빌 게이츠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이다. 인텔사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특수한 관계는 80년대이래 컴퓨터산업의 판도와 맥락을 이해하는 열쇠이다.
인텔사의 앤디 그로브 사장은 인터뷰의 질문중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생관계」라는 표현이 나오자 『아주 좋은 말을 찾아냈다』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로브 사장은 『빌 게이츠와는 15년간 사귀어 왔으며 근래는 「E―메일」을 통해 서로 의견을 교환한다』고 말했다.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메시지를 교환하는 E―메일은 실리콘밸리에서는 매우 보편적인 일로 그로브사장을 비롯한 인텔직원들의 명함에는 전화번호와 팩시번호이외에 E―메일주소가 더 붙어 있었다.
지난 10여년간 진행된 「PC혁명」에서 인텔은 하드웨어의 핵심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의 핵심인 시스템프로그램(DOS와 WINDOWS)을 짝을 지어 공급함으로써 공생관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두 회사의 공생관계는 당초 자의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세계최대 컴퓨터거인인 IBM이 PC사업에 뛰어들면서 생긴 부산물이다.
애플의 뒤를 이어 IBM도 81년부터 PC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IBM은 불행하게도 기업의 주력을 메인프레임 컴퓨터에 둔채 PC사업은 부업으로 추진했다. 그래서 IBM은 PC의 핵심인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를 자체 연구실에서 찾지 않고 인텔사와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도입했다. 그때 인텔은 연간매출액이 10억달러에도 못미치는 중소기업이었다. 그러나 그로브사장의 말대로 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처음 개발한 회사로서 『IBM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여건』에 있었다.
IBM이 70년대 중반 하버드중퇴생 빌 게이츠가 만든 마이크로소프트사와 DOS프로그램을 계약한 과정은 컴퓨터업계에서는 전설적인 에피소드가 되고 있다. 빌 게이츠는 그런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IBM에 그런 사실을 밝히지 않은채 시애틀 인근의 조그만 소프트웨어회사에서 프로그램을 황급히 사들이고 MS―DOS라는 이름을 붙여 IBM과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의 운명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당시 IBM은 PC산업을 대단하게 보지 않아 이들 2개회사와의 계약에서 특허독점권을 확보하는데 신경을 쓰지 않았다. IBM―PC는 히트를 치기 시작했고 인텔칩과 마이크로소프트의 DOS를 담은 IBM컴퓨터는 PC의 표준이 되었다. 그러자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컴퓨터메이커들도 인텔칩과 MS―DOS를 넣어 복제품(Clones)을 만들었고, 이들 복제품은 IBM제품을 시장에서 내몰았다. 그래서 PC의 잠재력을 예측하지 못했던 IBM은 92년 81억달러라는 미국기업사상 최대의 적자를 보는 공룡신세가 된 것이다. 결국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는 IBM의 몰락을 밟고 90년대의 컴퓨터거인으로 부상했고, 게이츠는 90억달러를 가진 미국최대갑부가 된 것이다. 최근 펜티엄칩의 결함이 드러나자 제일 먼저 이 제품을 거부한 IBM결정의 배경에는 이런 미묘한 내력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생관계」는 전세계에 깔려 있는 1억2천만대 이상의 PC중 80%를 지배하고 있다.마이크로소프트의 「도스」나 「윈도스」는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에 의해서만 돌아가게 되어 있다. 펜티엄칩의 결함이 전세계에 미치는 파장에서 인텔이 정보화사회에서 구축해 놓은 힘을 실감하게 된다. 모든 컴퓨터기업들이 인텔의 독주를 질시의 눈으로 보지만 IBM을 제외하고 펜티엄칩을 거부하지 못하는 것은 인텔에의 의존도때문이다.
인텔의 앞날은 PC전쟁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공생관계를 멀티미디어 전쟁에서도 유지할 수 있는가에 좌우된다는 것이 컴퓨터업계의 일반적 평가이다.<실리콘밸리(캘리포니아주)=김수종특파원>실리콘밸리(캘리포니아주)=김수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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