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옛날 이야기가 됐지만 한때 유행하던 우스갯소리에 이런 게 있었다. 『미국에서는 거지들도 양담배를 피운다며』 양담배 피우다 걸리면 패가망신 일보 직전까지 가던 시절의 개그였으니, 부담없이 마냥 웃을 수 만 없는 촌철(촌철)이었다. 몰래 양담배를 즐기던 사람들의 입장에선 더욱 그랬다. 그리고 그 어름에는 미상불 미국이란 나라의 물질적 부에 대한 선망이 깔려있기도 했다.
남의 나라의 자유와 풍요에 제나라의 억압과 가난을 초라하게 대비시켜보던 때가 언제적이었던가 싶게 우리네 사는 형편은 참 많이 달라졌다. 미국쪽에서는 미국쪽대로 『담배는 거지들이나 피우는 것』이라는 혐연가들의 독설이 그리 어설프지 않을 정도가 됐다. 「양담배와 미국거지」의 사회학적 의미는 이렇게 두 나라에서 각각 용도폐기되거나 뒤틀려있다. 양담배 개그의 한국내 유효기간이 끝났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국 거지들은 여전히 양담배를 피우고 있다. 하지만 이제 눈길은 그들의 입에 물린 담배가 아니라 그 담배를 피우는 거지들의 숫자를 더듬게 된다. 겨울이 매섭기로 이름난 맨해튼은 거지들에게는 결코 좋은 주거환경이 아니다. 그런데도 맨해튼의 거리마다 거지들은 차고 넘친다. 빌어 먹어도 정승집 문간에서 빌어 먹으랬다고, 돈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거지가 많을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시내 한복판에는 협회까지 있다. 이름도 그럴싸하다. 전미 무주택자기구(UNITED HOMELESS ORGANIZATION)―. 집이 없는 마당에 사무실이 있을 리 없다. 노상에 책걸상 놓고 협회 「상근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길거리를 어슬렁거리던 거지들도 겨울이 오면 따뜻한 곳을 파고 든다. 지하철이나 건물 난방통로주변이 애용 장소다. 낮동안에는 IBM 플라자 같은 실내 공공장소를 기웃거린다. 대기업 건물마다 시민 휴식처로 마련된 이들 플라자에서는 각종 간이 음악회가 열린다.
이런 우스개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미국에서는 거지들도 관현악을 듣는대』<뉴욕=홍희곤특파원>뉴욕=홍희곤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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