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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가 미경제 살렸다/89∼93 침체기5년간 일자리 394만개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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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가 미경제 살렸다/89∼93 침체기5년간 일자리 394만개창출

입력
1994.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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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음료·서비스 등 꾸준히 성장/소기업은 매년 7.5% 고용증가/같은기간 대기업선 349만명 해고 연말연시 휴가철을 맞은 요즘 미국의 경기는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고 있다. 실업률은 6%이하로 떨어져 거의 완전고용수준을 회복했고, 백화점들은 지난해에 비해 최대 50%까지 매출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흔히 IBM GM GE 보잉 코카콜라 듀폰등 미국을 대표하는 거대기업들이 고용창출과 생산증대를 통해 미국경제를 이처럼 침체의 구덩이에서 끌어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89년이래 장기침체를 겪던 미국경제에 다시 생기를 북돋운 것은 종업원 5백인미만 중소기업이라는게 미국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불황기일수록 일자리를 창출해내고 경기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은 중소기업』이라는 미국중소기업협회 존 갤리사무총장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 최근 발표된 통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미국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94년 현재 미국의 종업원5백인 미만 중소기업수는 약2천2백만개로 전체 기업의 약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89∼93년 침체기동안 중소기업부문에서 늘어난 일자리는 3백94만6천개. 반면 종업원 5백인이상 대기업들은 순인원 3백48만9천명을 해고시켰다. 대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허덕이고 있는 동안 중소기업들은 착실하게 사업기반을 다져가며 일자리를 늘려온 것이다. 경기회복세를 보인 지난해만 하더라도 1백70만개의 일자리를 중소기업들이 새로 늘린 반면 종업원 2만5천명이상 거대기업들은 30만명을 해고했다. 기준을 세분화해보면 중소기업의 생존력과 경제기여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종업원 20인미만 소기업들은 89년이래 매년 평균 7.5%의 종업원증가를 기록한 반면 그 이상 기업들은 감소를 나타냈다. 결국 중소기업, 그중에서도 종업원 20인 미만의 소기업이 경기회복의 주역이라는 결론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흔히 생각하듯 「중소기업=저임금」이라는 등식도 성립되지 않는다. 경제리서치전문기관인 코그네틱사는 지난해 평균연봉 1만5천9백72달러이하를 저임금, 2만8천9백12달러이상을 고임금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회사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89∼93년 기간동안 1백인이하 소기업은 56만8천개의 고임금일자리와 36만9천개의 저임금일자리를 창출했다. 반면 대기업은 25만5천개의 고임금일자리를 없앴고 4만3천개의 저임금일자리를 창출했을 뿐이다.

 중소기업청 공보관 D.J. 콜필드씨는 『앞으로 15년동안 중소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서비스 금융 소프트웨어등 산업분야는 25%의 성장률을 기록, 대기업부문 성장률을 2.5배 이상 앞지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중소기업이 이처럼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80년대 이후 소비자들의 개성이 다양해지고 그에 따른 소량다품종생산체제의 이점이 부각되면서부터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차대전이후 산업구조가 대량소비사회로 치달으면서 전체 국내총생산(GDP)가운데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부분은 58년 52%에서 79년 29%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중소기업매출이 회복되기 시작, 현재는 GDP의 57%가 중소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소호음료라는 조그만 회사의 성공담은 대기업시장을 파고든 중소기업의 시장적응력을 잘 보여준다. 설립 두해째인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매출을 50% 이상 늘렸다는 이 회사 톰 콕스사장은 「판매대상지역을 샅샅이 훑고 다니는 게릴라식 마케팅」을 자랑한다. 맨해튼의 「델리」(샐러드 샌드위치 등 간단한 요깃거리나 음료를 판매하는 가게)가 대부분 한국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 콕스사장은 한국계 대학생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 직접 소비자선호조사를 하고 주문을 받았다. 그결과 맨해튼의 델리들에서는 코카 펩시 스내플즈등 쟁쟁한 대기업제품과 소호음료제품이 어깨를 나란히해 전시되고 있다.

 마케팅 뿐 아니라 연구개발에 있어서도 중소기업이 오히려 대기업보다 앞선다는 분석이 있다. 중소기업청이 매년 발간하는 「중소기업실태 보고서」94년판은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2.5배의 연구개발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코네티컷주의 공업도시 스탬포드에서 1922년 이래 3대째 내려오고 있는 향료회사 쇼 머지 앤드 컴패니사의 쇼 머지 주니어부사장은 『중소기업의 최대 강점은 관료화된 대기업과 달리 종업원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유럽까지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이 회사는 종업원이 50명에 불과하지만 전세계향료업계 신제품개발실적에 있어 다섯손가락안에 들고 있다.

 이제 미국의 대기업들은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행동양식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업체 피자헛의 마케팅 구호는 「19세기로 돌아가자」이다. 상점주인이 동네 모든 고객의 입맛을 꿰고 있던 19세기처럼 되지 않고는 지역별 기호별 틈새를 파고드는 소규모업체들에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계에도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뉴욕=김준형특파원>

◎미 중기협사무총장 존 갤리씨/중기 더크려면 해외로 눈돌릴때/기업간 정보교환 자생력 길러야(인터뷰)

 미국중소기업협회(NSBU)의 존 갤리 사무총장은 『선진국 후진국을 막론하고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은 중소기업』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자본과 정보수집력등 여러 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기술도입에 민감하고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 수 있는 적응력에 있어서는 대기업을 능가한다』고 자신한다.

 2차대전이후 침체일로를 겪던 미국의 중소기업이 80년대이후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도 다양해지는 소비패턴에 쉽게 적응하는 중소기업의 특성이 발휘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미국의 중소기업들이 보다 번창하기 위해서는 좁은 국내시장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점차 국제무대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실제로 해외영업을 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비율이 92년 11%, 93년 16%, 94년 20%(6월말기준)로 높아지고 있다고 수치를 제시했다.

 그는 『정부가 중소기업에 더 많은 자금지원을 해주고 중소기업에 유리한 입법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규모 사업일수록 기업간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자생력을 길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내 한국계 기업들은 타기업들과의 연계가 부족해 정보력이 뒤떨어지고 환경변화에 대한 대처가 늦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 한국계 기업들과도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했다.

 1954년 결성돼 현재 중소기업 경영자 6만5천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NSBU는 미국자영업연합(NFIB)과 함께 미국의 중소기업 권익을 대변하는 양대단체로 손꼽히고 있다.<워싱턴=정진석특파원>

◎중기 애로점 무엇인가/미 경영자문사,7,500곳 설문/의료비지원·행정규제·조세순 응답

 한국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애로사항을 조사하면 자금부족 인력난 행정규제가 예외없이 수위로 꼽히곤 한다. 미국의 중소기업들이라고 해서 경영에 애로사항이 없을리 없다. 경영자문회사 아더 앤더슨 앤터프라이즈그룹이 지난6월 미국의 7천5백개 중소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은 종업원에 대한 의료보건비 지원, 정부의 각종 행정규제, 연방정부에 대한 세금부담을 기업활동에 가장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 꼽았다.

 기업의 성장과 생존에 걸림돌이 되는 가장 큰 요인 3가지를 묻는 질문에 42%의 기업이 종업원에 대한 의료보험비용부담을 꼽았다. 93년도 조사에서도 이 항목을 애로점으로 꼽은 기업은 40%로 나타나 클린턴행정부의 진보적인 의료보건개혁법안에 대한 미국중소기업인들의 거부감을 설명해주고 있다.

 자본과 인력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으로서 정부의 각종 행정기준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것은 미국이라고 다를 바가 없다. 행정규제를 성장저해요소로 보고 있다는 응답 역시 42%로 조사됐다. 연방정부에 대한 세금부담을 애로점으로 든 업체도 35%에 달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세금부담이 버겁다는 응답은 27%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국의 경우 중소기업들이 가장 큰 애로점으로 지적하는 자본조달애로와 인력부족은 각각 29%, 20%로 낮게 나타났다.

 한편 중소기업의 자본조달방법(복수응답)은 은행을 이용하는 기업이 44%로 가장 많았지만 「신용카드 천국」답게 사업자금조달에 신용카드를 사용한다는 기업도 26%에 달했다.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은행문턱이 높기는 마찬가지여서 종업원 1백∼4백99인 규모의 기업중 은행대출을 받고 있는 기업은 70%에 달하는 반면 20인 미만은 40% 였다. 그러나 응답기업 가운데 은행융자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기업은 26%에 불과하고 74%의 중소기업은 은행대출을 원했을 때 별다른 어려움 없이 대출을 받았다고 응답, 중소기업의 은행이용이 극히 힘든 국내실정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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