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사건 대비 연락사무소 재촉할듯/미 사과선서 석방… 호의적 여론 기대/북미간 직거래 새파장 예고 미국정부가 토머스 허바드 국무부 부차관보를 북한에 보내 보비 홀 준위의 송환문제를 협의토록 함으로써 북·미 관계의 암초로 떠오른 헬기격추사건이 막바지 해결국면에 접어들었다.
허바드부차관보는 분단후 북한을 방문하는 최고위급 미국관리이다.
워싱턴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사건으로 인한 정치적 목적을 일단 달성했다고 판단하고 미국정부대표의 공식사과를 받는 선에서 홀준위를 송환한다는 결정을 내려놓고 있는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에 의하면 북한은 미군헬기가 사전에 계획된 「정탐임무」를 수행중이었다고 나름대로 결론짓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 양국관계의 미래와 인도적인 측면을 고려해 생존 조종사를 석방한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과시할 속셈이라는 것이다.
북한측은 홀준위를 석방하기 전에 이번 사건의 「가해자」인 미국에게 진사사절의 파견을 요구해 그들로부터 정중한 사과를 얻어냄으로써 「주체외교」의 성과를 극대화할 속셈으로 미국측 대표의 방북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지도부는 허바드부차관보의 북한체류중 자신들이 「전쟁 미치광이」가 아니라 쌍무문제를 논의해야 할 선의의 「대화상대」라는 점을 주지시키려 노력할 것으로 짐작된다. 이와함께 이번 사건과 같은 긴급사태의 발생에 대비해서라도 상호 연락사무소의 설치를 서두를 것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문제에 정통한 한 분석가는 『북한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홀 준위를 극진히 환대함으로써 그가 석방된 이후 미국내에 호의적인 대북여론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을것』이라고 관측했다.
북한은 이번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한국군 장성이 포함돼 있는 군사정전위(MAC)를 제치고 미군장성들과의 쌍무협상을 성사시켰다. 미국대표와의 이번 「직거래」는 MAC의 기능을 영구히 정지시키는 선례를 만들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군사적인 돌발사건을 미국과의 정치문제로 비화시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북한측의 속셈이 어디에 있든간에 홀준위의 연내 석방을 아직까지 장담할수는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군부내 강경파가 홀준위의 석방에 반기를 들지도 모른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평양 체류중 북한측과 데이비드 하일먼준위의 유해송환 협상을 벌였던 빌 리처드슨 민주당의원은 『협상 기간중 착한 사람들과 나쁜 사람들을 두루 접해보았는데 군부에 있는 사람들이 대개 까탈스러웠던 반면 (북한)외교부 사람들은 호의적이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허바드부차관보가 서울을 향해 떠난지 수시간이 채 못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사건을 군법에 따라 철저히 따질 것을 주장하고 나서 이러한 우려를 한층 짙게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평양측이 보내는 이처럼 상충되는 신호들은 그들이 대미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상황을 극적으로 몰고가기 위한 전술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허바드부차관보의 파북에 따라 홀 준위의 연내 송환을 기정사실화하면서도 북·미간의 이번 직거래가 남북한과 미국간의 정치적 역학관계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허바드부차관보의 방북은 헬기격추 사건뿐만 아니라 향후 북·미관계에 있어서도 하나의 분수령이 될 게 확실하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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