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반이민은 반미국적(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반이민은 반미국적(사설)

입력
1994.12.27 00:00
0 0

미국의 반이민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민사회, 이민국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이민반대 무드가 강력히 대두하고 있으니 미국이 과연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의아스럽고 불안하다. 미국의 반이민여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것은 안다. 20, 30년대 세계대공황시기에도 일자리의 상실과 경제적기회의 박탈을 우려하여 반이민여론과 정책이 부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미국의 국제적위상과 경제력이 그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향상돼 있다. 뭣보다도 이에따른 국제적인 책무가 달라져 있다. 미국은 구소련과의 냉전체제경쟁에서 이겼다. 세계는 드디어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체제아래 하나가 됐다. 물론 중국, 베트남, 북한, 쿠바등이 공산주의국가로 남아 있지마는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시장경제체제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미국은 글자 그대로 유일한 세계초강대국이 됐다.

 미국이 20세기에 들어서만도 전반50년에는 전체주의 체제와 후반 50년에는 공산주의체제와 싸워 승리한 원동력은 어디에 있는가. 미국이 대표하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쟁 원리등 체제상의 우위뿐만아니라 미국사회가 갖고 있는 독특한 융화력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들어 반론이 크게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미국은 본질적으로 건국이래 세계각지에서 몰려든 이민들을 「새로운 나라」 미국의 시민으로 다시 창조한 「용광로」다.

 미국의 오늘이 있게 한 힘은 이민과 「미국의 꿈」(AMERICAN DREAM)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의 꿈」은 소박하다. 맨주먹하나로 기회의 땅 미국을 찾아 온 이민들이 피와 땀과 눈물만 흘린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케네디, 레이건, 부시등 역대 유명 대통령의 거의 대다수가 이민 후예들이다. 이들은 모두가 이민의 자손들임을 자랑스러워했다. 88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후보였던 마이클 듀커키스나 공화당후보였던 조지 부시는 누가 「미국의 꿈」을 대변하는가를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었다. 

 미국이 미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에게 동경의 나라로 비쳐지게 되는 것도 바로 이 「미국의 꿈」 때문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반이민무드는 미국이 미국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미국이 왜 이민에 등을 돌리고자 하는가는 부분적으로 이해될 수는 있다. 미국사회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백인 중산층이 일자리의 상실과 세부담의 증대에 대해 두려움과 혐오감이 급속히 커지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의 압승도 이러한 여론의 흐름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공화당은 「미국과의 계약」이라는 정책공약을 내세워 반이민, 반빈민정책을 추구하고자 한다. 아마 이처럼 반미국적인 것도 없는 것 같다.

 미국은 이민을 속죄양으로 삼지 말아야 할 것이다.「미국의 꿈」을 죽일수는 없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