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자 조간신문 1면에는 한국 해군의 서울 마산함과 천지함이 태극기 물결속에 한국 군함으로는 처음으로 도쿄(동경)의 하루미(청해)부두에 입항하는 모습을 담은 컬러사진이 실렸다. 해사졸업생들의 훈련이 목적이지만 순수한 한국기술로 건조한 한국형 전투함과 보급함이, 그것도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항에 입항했다는 사실은 한말에 일본의 포함외교에 시달렸던 쓰라린 역사를 떠올리면 격세지감을 금할 수 없다. ◆한일간의 본격적인 군사교류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군함의 일본방문은 지난 4월 일본에서 열린 한일양국 국방장관회담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 96년엔 일본함대가 답방형식으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민감한 지역의 하나다. 이같은 상황에서 막강한 군사력에 정보수집 능력등에서도 우리보다 뛰어난 일본과 군사적으로 협력하는 것은 안보면에서만 본다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양국의 군사교류를 기뻐만 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다. 씁쓸함과 거부감도 뒤따른다. 앞으로 양국의 군사교류가 어디까지 발전할지 걱정스런 눈길도 적지않다. 현재 일본 국내에선 내년으로 다가온 전후 50주년을 앞두고 우익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전후처리조차 매듭짓지 못한 상황에서 이들은 일본이 이제 경제력에 걸맞는 군사력을 지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행여 한일양국의 군사교류가 일본의 군사력 증강의 구실 및 정당화나 발판을 마련해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1백년전의 역사위에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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