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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첸사태 러·미의 짝짜꿍/윌리엄 사파이어 미 칼럼니스트(해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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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첸사태 러·미의 짝짜꿍/윌리엄 사파이어 미 칼럼니스트(해외칼럼)

입력
1994.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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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첸인들은 갱들이고 종교적 광신자들이다. 그들은 러시아 전역에 거대한 마피아 조직을 거느리고 있다. 체첸공의 국민총생산(GNP)은 빼앗거나 훔친 물건들로 이뤄진다. 그들은 2차대전 당시 나치독일에 협력한 자들이다』 체첸공의 독립 움직임을 무력으로 분쇄하고 있는 러시아는 전세계가 체첸에 대해 이렇게 믿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러시아측의 왜곡된 정보에서 비롯된 편견일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시사했다.

 체첸의 또다른 얼굴은 지난 91년 구소련이 붕괴한 틈을 타 독립을 전격 선포한 뒤 드러났다. 지난 2백년동안 러시아의 통치에 저항하며 자신들의 고유문화를 수호해온 이 산악민족은 2차세계대전당시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히틀러의 러시아 침공을 환영했다. 그가 스탈린의 공포정치로부터 자신들을 구해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무산됐고 오히려 스탈린으로부터 잔혹한 탄압을 받았으며 수십만명이 강제이주를 당해야 했다.

 체첸공은 구소련의 붕괴를 틈타 재빨리 독립을 선포한 점에서 우크라이나와 닮았지만 우크라이나와 같은 핵무기도, 대규모 군대도 갖고 있지않다.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은 당시 권력투쟁에 골몰해 체첸의 독립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분명히 체첸의 독립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지금 그로즈니에 군대를 보내 러시아 통치를 회복하기 위해 전쟁을 감행하고 있다.

 클린턴미행정부는 러시아의 체첸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은 체첸의 독립이 허용될 경우 다른 인접 자치공화국들이 뒤따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독립 도미노」현상은 무정부상황―폭동―내전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 러시아연방체제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 옐친이 이끄는 러시아체체를 뒤흔드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 한마디로 러시아의 안정을 원하는 것이다. 옐친이 탱크와 전투기를 동원, 체첸을 유린하려는 시도에 미국무부가 「이해한다」고 말한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클린턴대통령도 체첸독립을 분쇄하려는 옐친대통령의 조치를 지지하는 것이 명백하다. 이같은 입장은 어찌보면 부당하거나 기이한 게 아니다. 체첸인들은 러시아 마피아를 장악하고 있다. 수도 그로즈니는 범죄와 부패의 거점이며 거기엔 칼리슈니코프총을 비스듬히 멘 이슬람전사들이 모여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주권국가인 러시아는 자국 영토내의 법과 질서에 대해 마땅히 책임져야만 한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의 정책을 이해하자면 옐친의 무력동원 조치가 러시아의 안정을 가져오고 이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근시안적이다. 미국무부는 정말로 미국의 장기적인 이익을 생각하고 있는가. 러시아가 초강대국의 위치를 다시 확보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가 앞서야한다. 그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런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들을 꺾지는 말아야 한다. 러시아는 러시아인만으로 구성되도록 내버려두자. 러시아의 제국주의적인 기반이 축소되면 될수록 21세기의 평화를 위해서는 좋은 일이다.

 요즈음도 민족자결의 원칙이 통용된다면 미국은 소수민족의 민족자결을 반대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서는 안된다. 특정지역의 특정종족이 오랜 세월동안 독립을 추구해왔고 또 그 종족이 자신의 영토내 또다른 소수민족을 보호한다면 미국은 그러한 민족의 자치를 확대, 궁극적으로 주권의 확보를 지원해야만 할 것이다.

 러시아와 체첸이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지금 세계각국은 무엇을 옹호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양측간 타협이다. 러시아는 제한된 승리만을 얻은채 체첸측과 타협하고 물러나야 한다. 그리고 진로를 가로막는 시민들에게 발포를 거부하는 탱크지휘관을 영웅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보낼 메시지다.<정리=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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