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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개편 당위·문제점 지적 돋보여/김배원(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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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개편 당위·문제점 지적 돋보여/김배원(나의 지면평)

입력
1994.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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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인력」 처리에도 지속적 관심보이길 다사다난했던 한 해…. 연말이면 으레 쓰이는 진부한 이 말이 한국일보 특집 「사건·사고 1994」(22∼23일자)를 보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국가와 사회의 전부문에 걸쳐 잇달아 일어난 사건·사고들을 되새겨 보노라면 무엇하나 제대로 되어 있는 것이 없다는 깊은 절망감에 사로 잡힌다. 그러나 「한국경제규모 세계15위」 「한국, 개발도상국 공식탈피」(20·22일자)는, 그러한 사건·사고가 우리의 전부는 아니며 절망감에서 헤어날 수 있는 가능성과 희망을 주고 있다.

 이러한 절망과 희망의 교차속에서 우리의 정치는 1994년 마지막 달에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

 12월초 「예산안 변칙처리」는 이른바 문민정부하에서 야기된 사라져야 할 여야의 구태였다. 변칙처리를 한 여당은 헌법 제54조 2항의 법정시한내 의결을 이유로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동조 3항에서 「새로운 회계연도가 개시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한 때」를 대비하여 「준예산제도」를 인정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여당이 정치력보다는 물리력으로 정국을 운영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야당역시 12·12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예산국회를 외면한 장외투쟁이 당내외의 정쟁적 성격을 지닌 구태의 재연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은 이러한 정치의 모습에서 또다시 절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그 이후의 정부조직개편과 정부조직법·주세법·지방자치법 개정, 세계무역기구(WTO)가입비준동의안, WTO이행특별법등의 처리에서 여야는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예산안 변칙처리 때에 함께 통과시켰던 지방자치법개정(자치단체장 임명제청권 삭제)을 재개정(부활)하거나 WTO체제의 출범과 정부의 경제규제완화정책에도 역행하며 헌법상 문제를 야기하는 주세법개정안을 재무위에서 통과시키기도 하였지만, 주세법개정안에 대하여는 국회스스로가 위헌의 소지가 있음을 밝혀 보류하고 있고 WTO가입비준동의안에 대하여는 여야가 국익을 앞세워 진지하게 논의하였다.

 정부의 입장에서 시간이 촉박한 정부조직법개정에 대하여도 야당의 안을 반영시키고 가급적 빨리 처리하려는 여야의 모습에서 어떤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일보는 정부조직개편과 관련, 조직개편의 당위성과 문제점등을 지적하면서도 그 여파로 인한 잉여인력의 구조문제(20∼23일자)나 공무원의 사기진작(22일자 사설)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정부가 잉여인력에 대한 신분보장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원론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을 감안하여 보다 구체적인 대안제시와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또한 정부조직법개정과 관련하여 「답답한 청와대」 「정부조직법 공청회」(21일자) 「조직법개정 줄다리기」(22일자) 「정부조직법 합의」(23일자) 「정부조직법 국회통과」(24일자)를 보면, 행정부로서는 너무나 촉박한 개정안이라 하더라도 국회는 국회나름대로 절차와 논의가 필요하고 여야가 그것을 거치면서 이루어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1995년은 여당과 야당의 전당대회를 비롯하여 4대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있다. 여당의 「경선」 논의(15일자)나 야당의 「교차투표(CROSS VOTING)」(17일자)를 당내 민주주의의 단초로 보기에는 이른감이 있기도 하지만, 우리의 경제력에 버금가는 정치력의 신장을 위하여 정치의 해인 1995년에 우리정치의 가능성을 기대해본다.<부산대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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