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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프리드 히치콕(박흥진의 명감독 열전: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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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프리드 히치콕(박흥진의 명감독 열전:15)

입력
1994.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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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대가 “괴팍한 천재”/「사이코」 「의혹의 전망차」등 완벽영상 추구/죄의식·관음증 전매특허… 감정묘사 약해 두쌍의 구두가 역구내를 지나 기차를 향해 잰 걸음을 친다. 확실한 보조의 점잖은 모양의 구두는 프로테니스선수 가이 헤인즈(팔리 그레인저)의 것이요 불안한 보조의 야한 흑백 두색상의 구두는 뱀처럼 교활한 음모자 브루노 앤소니(로버트 워커)의 것이다.

 구두모양과 보조를 통해 두 주인공의 개성을 알려주는 이 장면은 앨프리드 히치콕(1899년 런던출생, 1980년 LA사망)의 가장 매력적인 영화중 하나인 「의혹의 전망차」(STRANGERS ON THE TRAIN·51년·워너브러더스)의 첫장면으로 그의 재주를 직감하게 된다.

 내가(브루노) 너의 아내를 죽여줄 테니 너는(가이) 나의 아버지를 죽여달라는 교차살인 플롯이 즉각 소개되면서 대뜸 관심을 잡아끄는 이 영화의 주제는 히치콕이 즐겨 다룬 인간의 범죄성. 가이의 아내 미리암을 교살한(떨어진 미리암의 도수높은 안경렌즈위에 반사되는 교살장면을 잡은 카메라가 충격적이다) 브루노의 집요한 응답살인독촉에 가이가 시달리는 것도 자기안에 잠복한 미리암 살해의도에 대한 죄책감때문이다. 그래서 브루노와 가이는 서로 반사이미지라고 하겠다.

 치밀한 구성과 뚜렷한 인물 그리고 충만한 서스펜스와 빼어난 흑백촬영이 돋보이는 「의혹의 전망차」는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이 원작으로 개봉당시 빅히트를 했다. 이 영화가 나온 50년대는 히치콕의 황금기로 자신의 기본주제및 관심사에다 뛰어난 영화적 전문성을 결부시켜 확실한 작품을 양산했다. 「나는 고백한다」 「이창」 「나는 비밀을 알고있다」 「환상」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등이 이때 작품이다.

 히치콕의 주제들은 관음증, 정체의 상실, 죄의식 그리고 무고한 자의 누명등. 그는 특히 멀쩡한 사람을 죄인으로 몰아 내빼게 하면서 생사람잡기를 좋아했는데 이 주제는 그의 감독으로서의 진면목을 처음 드러낸 무성영화 「하숙인」(26년)에서부터 나타난다. 이 영화는 또 그가 엑스트라로 자기모습을 불쑥 나타낸 첫영화로 이같은 버릇은 그 뒤로도 계속된다.

 새디스트 히치콕은 자기가 키워놓은 금발미녀들을 영상학대하고 쾌감을 즐겼다. 잉그리드 버그먼, 존 폰테인, 그레이스 켈리, 티피 헤드렌 및 킴 노박과 재닛 리 같은 미녀들이 그의 영화에 나와 죽을 고생을 하는데 리(사이코)와 노박(환상)은 아예 죽여 없애버린다. 작고 뚱뚱한 체구에 못생긴 대머리 히치콕의 자기가 가질 수 없는 여인에 대한 해코지였다.

 천재와 괴물의 양면성을 지닌 히치콕은 플롯과 인물을 대담하고 능란히 처리, 현기증나는 서스펜스와 함께 완벽한 시각스타일을 조성한 공포와 서스펜스의 대가였다. 각본과 미리 그린 스케치를 정확히 따라 연출한 그는 배우를 세트의 물건처럼 취급했다. 늘 떫은 위트와 블랙 유머를 좋아한 그의 단점이라면 인간감정묘사에 약한 것.

 30년대 런던서 형성기를 거친뒤 40년 미국에 와 만든 첫작품 「레베카」로 아카데미작품상을 받았다. 40년대는 히치콕이 자기예술기량을 정련하고 아울러 주제의 다양화를 시도했던때. 「의혹」 「의혹의 그림자」 「망각의 여로」 「오명」등이 이때 작품이다. 히치콕은 「사이코」(60년)와 「새」(63년)를 만든뒤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말년에 노망기와 알코올에 시달리다 사망직전 작위를 받았다.<미주본사 편집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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