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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잡아라”/가전·자동차 저소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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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잡아라”/가전·자동차 저소음 경쟁

입력
1994.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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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음이용 「능동제거」등 첨단기술 개발 가전·자동차업체들이 제품의 소음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쾌적하고 아늑한 생활을 누리려는 욕구가 확산되면서 조용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소음정도가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 제품판매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가전업체들은 주택밀집지역에서 다닥다닥 붙어 살거나 아파트에서 벽하나를 두고 살아야 하는 한국적인 생활환경을 감안, 소리 덜나는 「한국형 저소음제품」개발에 온힘을 쏟고 있다.

 소음줄이기경쟁은 가장 시끄러운 제품인 청소기시장에서 가장 요란하다. 대우전자가 지난해 종래의 청소기 소음의 4분의1정도밖에 안되는 56㏈의 「조용한 청소기 싹싹」을 개발, 청소기소리잡기 경쟁을 점화한 것을 시작으로 금성사가 53.5㏈의 청소기를 개발해 시중에 내놓았으며 삼성전자도 최근 전세계적으로 소음축소기술의 한계라 일컬어지던 50㏈의 벽을 넘어선 49㏈수준의 청소기 「잠잠」을 개발, 반격에 나섰다.

 세탁기도 청소기못지않은 소음제품. 가전업체들은 저소음·저진동의 특수모터를 채용해 기본적인 소음부터 줄이는 한편 세탁기를 잘못 놓아 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세탁기에 수평계까지 달아 놓는등 세탁기소리를 잡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이들 소음제거 세탁기는 주로 밤에 빨래를 해야 하는 맞벌이부부등에게 인기가 높다.

 조용한 밤이면 소음이 심해져 신경을 건드리는 냉장고도 요즘에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냉장고에서 소리를 내는 주범은 기체상태로 있는 냉매를 액화시키는 컴프레서. 가전업체들이 이 컴프레서에 여러겹의 방음장치를 두르는가 하면 컴프레서의 재질자체를 바꿈으로써 이전 냉장고에 비해 소리를 반이상 줄였기 때문이다.

 최근 가전사들은 소리로 소리를 제거하는 능동소음제거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음재나 저소음부품개발등을 통해 소리를 줄이려는 소극적인 방법으로는 조용한 환경을 추구하려는 소비자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능동소음제거기술은 소리의 파장을 컴퓨터로 분석, 이에 반대되는 소리를 발생시켜 소리를 없애는 기술이다. 이달초 삼성전자가 개발한 소리를 잡아먹는 반도체는 능동소음제거연구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반도체를 사용한 능동소음제거시스템이 늦어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가전제품등에 채용될 전망이어서 가까이서 귀를 기울여야 들릴 정도로 조용한 청소기 세탁기 에어컨등이 등장할 예정이다. 이 반도체를 자동차에 적용하면 차소리도 상당부분 사라져 거리가 한결 조용해질 전망이다.

 능동소음제거연구는 자동차업계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다. 자동차업체들은 자동차의 실내장식을 고급화하고 공간을 최대한 넓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음을 줄이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통혼잡으로 차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등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서 자기만의 휴식공간이나 업무공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차개발과정에서 소음을 줄이는 기술이 우선 연구대상이 될 정도다.

 기아자동차가 지난 20일 자동차 실내의 소리를 없애주는 능동소음제거장치(ANCS)를 자체 개발함으로써 소리가 나지 않는 자동차시대가 성큼 다가서게 됐다. 이 장치는 내년부터 승용차나 트럭등에 쓰이게 된다. 머플러등 배기계와 엔진등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자동차업체들은 각종 연구기관과 산학공동작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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