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취재여행을 다니다 보면 외국인들이 흔히 한국을 북한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를 본다. 대한민국(THE REPUBLIC OF KOREA)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도 있고 또 양쪽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도 그저 코리아면 코리아라고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 전에 스웨덴을 들렀을때 그곳 대사를 맡고 있던 분이 외교관클럽얘기를 하는 가운데 외교관클럽회장이 북한대사의 회비체납을 말하면서 『너희는 다같은 코리안이면서 왜 남 코리안과 북 코리안이 그렇게 다르냐』라고 자주 말한다고 했었다. 외국인들은 코리안이면 다 같아야지 다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이 일어났을때 미국신문들은 이름있는 미국교수들의 이름을 인용하면서 코리안은 원래부터 야만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에 사람을 도끼로 찍어죽였다는 식으로 말했다.
한발 물러서 보면 오늘의 북한이 사상과 이념을 달리한 먼나라 적대국이 아니라 우리의 지난날 또는 심지어 오늘의 잘못된 현실을 그대로 외부에 비춰주는 거울일수도 있다.
남한은 지난 50년간 북한이 한국인의 거울이라는 것을 거부해 왔다. 그들은 우리와 전혀 다른 족속이거나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태생이 다른 먼나라쯤으로 교육받아왔고 그렇게 이해해 왔다. 그런 결과 소련제국이 무너지면서 한반도가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의 분단국으로 남게 되었을때 한국은 이질적인 북한과 합쳐질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됐다. 흡수통일론자이든 단계통일론자이든 만일 통일이 빨리 온다면 두나라의 전혀 다른 체제, 사상, 심지어 달라진 언어체계들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융화시킬것인가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됐다.
북한이라면 무조건 꺼려하거나 무시하기만 했지 그들을 우리의 거울이라고 생각하면서 북한을 보고 우리의 매무새를 고치고 생각을 바꿔보는 일을 한번도 못해본 결과였다.
독일의 경우는 달랐다. 통일전 서독을 방문하다보면 이곳에 살고 있는 한인교포나 외국인들로부터 흔히 『독일은 말만 자본주의지 내용은 동독보다 더한 사회주의이다』라는 불평을 많이 들을수 있었다. 철저한 사회보장제도가 작동하고 있어 동독보다도 오히려 더 완벽한 사회주의방법을 구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불평은 주로 세금을 많이내야하는 주머니사정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동독을 능가할 정도로 사회주의의 장점을 얻어내 통일이 된 이후 사회체제의 차이에서 오는 격차를 현격히 줄일수 있었던 것이다.
이홍구전통일원장관(국무총리)은 통일을 위해서는 남한이 아닌 북한이 변하는 것 밖에 기대할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을 우리의 거울로 생각한다면 우리가 변할수 있는 분야는 많을 것이다. 우리의 군사체제는 과연 통일한국을 너끈히 지킬만큼 탄탄하게 발전되어 있는가, 우리의 정치체제는 조소거리가 되고 있는 북한 독재체제를 완전히 탈피했는가등에 의문부호를 던질수 있다. 통일의 물꼬트기를 북한에 맡긴다면 우리에게는 남는 것이 없다. 북한을 우리의 거울로 보고 우리의 매무새와 정신을 가다듬어 나가야 통일이 오든 안오든 북한이 우리에게 가까운 이웃으로 존재할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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