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차원의 전면물갈이라고 얘기됐던 김영삼대통령의 이번 4차내각은 안정지향의 실무내각이라는 인상을 준다. 대통령책임제아래에서 특히 한국형의 대통령책임제아래에서는 내각과 청와대비서실은 대통령의 두뇌가 아니라 손발에 머물고 있는 것이 상례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정치적 비전·구상· 리더십·결단력이다. 옮기는 자리가 많아서 대폭 개각일지는 몰라도 실제로는 김대통령의 1차내각에 참여했던 인물들 상당수가 자리를 바꿔 포진하고 있다. 특히 경제부처는 그렇다. 홍재형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 박재윤 통상산업부장관, 한리헌 청와대경제수석등 3인은 신경제정책 금융실명제등 김대통령의 주요경제정책 입안·집행에 처음부터 깊이 참여해 왔다. 김대통령은 집권 3년째를 맞는 집권중반기의 벽두에 시험되지 않은 미지 보다는 시험된 기성을 선택한것 같다. 안정에 대한 배려가 크게 작용한것 같다. 크게 봐 『무난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이홍구내각과 한승수 청와대비서팀을 이끌고 추진해 가야 하는 국정과제는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막중한 것들이다. 내각과 비서팀의 책무가 무겁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안팎으로 역사적인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역사적 상황과 우리의 위상이 전혀 반대되는 입장이지만 전환 그자체가 갖고 있는 함축적인 의미는 풍운의 구한말과 비견될 수 있다. 한국(남한)뿐 아니라 북한까지 포함된 민족의 진운이 걸려 있다 하겠다.
새 내각의 과제는 우선 선·후진국을 가릴것 없이 범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개방화체제에 어떻게 유리하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김대통령이 제기한 「세계화」는 바로 이것이라 할수 있다. 「세계화」라는 용어 자체가 일반국민들의 의식에 언뜻 와 닿지 않아 국정표어로서는 큰 결함이 있다. 학계에서조차 학설로서 체계화되지 못하고 따라서 전반적인 수용이 거부되고 있는 단계인만큼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경제의 세계화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자본·재화 및 서비스·노동·기술등의 이동과 결합이 점차 자유롭다. 우리도 이 대세를 원튼 원하지 않든 타고 있는 것이다. 일반으로서는 세계화를 국제화와 어떻게 구별되는지 애써 구별지으려 할 필요가 없을것 같다. 정교한 개념상의 차이와 그에 따른 이론화는 국내외 학계에 맡기는 것이 좋겠다.
김영삼행정부가 「신경제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자본시장개방 확대, 외환제도의 자율화, 쇠고기등 각종 농산물시장의 개방 확대등이 모두 세계화의 일환이다. 새해 들어 WTO(세계무역기구)체제가 출범하게 돼 있어 상품과 용역시장의 개방화는 가속화하게 돼 있고 이에 대해 우리 또한 농어촌대책등에서 대비해 두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대응은 방어에 역점을 둬 왔다. 강요되는 개방에 대해 농산물에서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국내시장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무게를 둬 왔다. 그러나 이런 소극적인 자세로는 세계적경쟁에 적응해 나갈 수 없다. 적극적인 공격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도 의욕적으로 해외의 개방시장에 활발히 진출토록 해야 한다. 우리 재벌그룹중 상위그룹들은 해외에의 공장건설, 지사설치, 연구소설립등 공격적으로 진출해 가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값싼 임금을 찾아 상당수가 동남아 중국 중미등으로 공장을 이전해 갔다. 그러나 미국 일본 EU(구주연합)등에 비하면 아직은 초기적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로서는 규제 철폐, 금융지원 확대등 다각적인 지원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겠다. 재벌그룹들로서는 정부에 대해 지원보다는 걸림돌이 되어주지 말것을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니만큼 규제 철폐등에 파격적으로 대범해야 할것이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WTO체제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획기적 지원이 있어야 겠다. 공세적 전략은 국내시장의 개방에도 적용돼야 한다. 외국기업들이 투자의욕을 느끼게끔 좋은 투자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국내기업에 비해 부당할 정도의 특혜를 줄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차별대우는 폐지해야 겠다. 국내기업도 경쟁력이 없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방화에의 대응과정에서 유의해야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문제다. 개방화는 시장경제원리에 구현이라 하겠는데 중소기업의 방치와 재벌그룹등 대기업의 문어발식경영과 무차별적확장이 우려되는 것이다. 정부는 산업정책에 대해 미국식의 불간섭원칙을 선언, 이러한 우려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업에의 진입과 퇴출에 대해 「자유」를 선언하고 방관자로 물러나는 것은 중소기업자들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책임한 것이다. 경제제도·체제등 우리의 제도·체제는 미국과 일본에서 나쁜 것만 따온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세계화대책이 이래서는 안되겠다.<논설위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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