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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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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엔 역대 대통령보다 더 유명한 국무장관들이 더러 있다. 마셜, 애치슨, 덜레스, 키신저와 같은 인물들이 바로 그렇다. ◆22일자 조간신문에 부음이 전해진 딘 러스크도 아마 그 중의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케네디와 존슨 두 대통령밑에서 8년이나 재직하면서 월남전 쿠바사태등 역사적인 국제사건을 많이 다뤘기 때문이다. 특히 러스크는 38선으로 한반도를 가른 장본인으로 우리에게 유명하다. ◆『일본이 항복하던 날인 1945년 8월14일(미국시간) 찰스 본스틸대령(뒤에 주한미군사령관이 됨)과 나는 밤 늦게까지 한반도 지도를 열심히 연구했다. 수도 서울은 미국 진영에 있어야 할 것 같았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지도를 보면서 우리는 서울 북쪽이 편리한 분계선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으나 자연적 지리적인 경계선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38선을 추천하기로 결정했다』(러스크 회고록) ◆그러나 그 자신도 38선이 영구 분단선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어느 회견에서 회고했다. 『우리는 한국이 곧 통일된 독립국가로 탄생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그것이 한반도 분단으로 이어지리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그것은 단지 일본군의 항복 접수를 위한 일시적 지역구분일 뿐이었다』 ◆38선으로 남북을 가른 장본인은 이제 세상을 떠나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 운명의 분단선은 국제해빙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건재하다. 러스크가 남기고 간 38선이 역사속으로 사라질 날은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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