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연정총선여부 불투명【로마 외신=종합】 이탈리아의 스칼파로대통령은 22일 (현지시간) 베를루스코니총리의 사표를 접수한뒤 그에게 과도정부의 총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대통령의 한 측근이 밝혔다.
2차대전후 53번째 이탈리아 내각을 이끈 베를루스코니총리가 이날 대통령에게 사임서를 제출함으로써 지난 수주간의 정국혼란이 수습될 전망이다.
스칼파로대통령은 정국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23일 지오반디레온과 프란체스코 코시가 두전대통령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그의 측근이 말했다.
스칼파로대통령은 두 전직 대통령과 협의후 베를루스코니총리의 후임을 임명할 것인지 아니면 총선을 요구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베를루스코니는 사임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TV에 출연, 『조기총선만이 수주째 이탈리아의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을 불안에 빠뜨려온 정치적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밝혀 즉각적인 총선실시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총선에서 정치적 안정의 신기원을 이룩하겠다는 공약으로 정치무대에 뛰어든 언론재벌 출신의 베를루스코니는 북부동맹등 3당으로 연정을 구성했으나 처음부터 연정내부의 갈등으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그는 특히 지난달 들어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데다 북부동맹이 반대파와 합세하면서 더욱 곤경에 처하게 됐다.
◎「재벌총리」 7개월만에 백기/불신임표결전 「명예퇴진」선택/정국향방 대통령 의중에 달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이탈리아총리가 7개월만에 백기를 들었다.
베를루스코니는 22일(이하 현지시간) 대통령궁을 예방, 오스카르 루이지 스칼파로대통령에게 사임의사를 밝혔다. 23일로 예정된 불신임동의안 표결결과에 관계없이 「명예퇴진」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불신임동의안 표결 이전에 의회에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를 요구, 극적인 반전을 꾀하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지 모른다는 관측도 유력했지만 천운이 다했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인 셈이다.
사실 무조건 사임이든 의회의 불신임에 따른 사임이든 베를루스코니의 사퇴는 시간문제였다.
베를루스코니와 줄곧 불편한 연정관계를 유지해온 「북부동맹」 소속 장관 5명중 4명이 이미 사표를 낸 뒤였고 북부동맹과 야당들이 제출한 총리 불신임동의안 3개가 23일의 표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와 동시에 움베르토 보시 북부동맹 당수는 중도파인 인민당(PPI)과 공산당 후신인 좌파민주당(PDS)및 기타 야당세력과 새 연정구성을 위한 협상을 활발히 하고 있었다.
모든 여건은 그의 사임이라는 최종점을 향해 달음질치고 있었던 것이다.
베를루스코니의 사임에 따라 이제 관심은 정국운영의 열쇠를 쥐고 있는 스칼파로대통령의 행보쪽에 쏠리고 있다.
그의 보좌관들은 스칼파로가 조기총선보다는 과도내각을 구성, 새 인물을 총리에 임명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다고 전한다. 그는 이미 21일 대통령궁에서 베를루스코니와 정치인들이 배석한 가운데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려면 헌법을 존중하고 국민의 뜻에 충실해야 한다. 우리는 대의민주주의 체제이므로 국민의 뜻은 의회에서 표현될 것』이라고 밝혀 새 정부를 구성할 뜻을 시사했다.
스칼파로대통령으로서는 총선을 다시 실시함으로써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나 국제적 이미지의 하락, 「바꿔봐도 별 수 없다」는 국민들의 실망감 증폭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총선은 의회를 해산한 후 10주 이내에 실시해야 하는데 이 기간에 각 정파끼리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환멸감이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지금으로서는 누구를 새 총리로 임명하든 보시를 중심으로 한 북부동맹과 그 동조세력들이 과도내각을 사실상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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