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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지하까지 무대책 인재(사고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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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지하까지 무대책 인재(사고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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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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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마구 터진 올해의 대형사고는 국민 모두에게 극도의 불안을 안겨주었고 해외에서는 큰 웃음거리가 돼 나라망신을 시켰다. 지난해 육·해·공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갖가지 예방대책과 감독강화방안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올해는 더욱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반복돼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 한계상황에 이르렀음을 보여주었다.【정덕상·황유석기자】◎통신공동구 화재

 3월10일 하오3시58분께 서울 종로구 종로6가 이화여대 동대문병원 부근 지하철 1호선 위를 지나는 통신공동구 화재로 광케이블들이 불타 유·무선전화와 행정전산망, 은행 온라인망, 경찰 경비전화, 교통신호망, 무선호출등이 두절되는 사상최악의 통신대란이 일어났다. 또 7개월 뒤인 11월18일 대구의 통신구에서 케이블 교체작업중 합선으로 불이 나 4만여회선이 불타 큰 혼란이 일어났다.

 서울 통신구 사고는 통신공동구 안 지하 23지점에 설치된 자동분전반의 시설노후와 정비불량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 특히 통신구 안에는 먼지 습기등으로 합선등 사고위험성이 상존했는데도 부실관리로 일관, 정보화시대의 첨단 시스템 관리체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과천선 연쇄정차

 4월1일 개통한 전철 과천선이 개통후 8일동안 주회로차단기 고장으로 정차하는 사고가 21건이나 발생했다. 사고는 직·교류 겸용인 철도청 소속 전동차 1백38대의 주변환장치와 보조전환장치를 미쓰비시 현대중전기 도시바 청계기전등 각기 다른 제품을 사용해 첨단시설에 혼선이 생긴데다 충분한 연습운행 없이 무리하게 개통, 기관사들의 미숙이 겹쳐 일어났다.

 과천선은 이후에도 툭하면 정차하는등 모두 38차례의 사고가 발생, 과천 산본·평촌신도시 시민들이 출근전쟁을 치렀다. 수도권 전철은 과천선을 포함, 올 1년동안 사흘에 한번꼴인 모두 1백28회의 사고로 시민들의 불편이 그치지 않았다. 특히 고입연합고사날 인천에서 사고가 나 수험생들의 입실시간이 연기되는 소동까지 일어났다.

◎삼랑진 열차충돌

 8월 11일 하오3시2분께 경남 밀양군 삼랑진읍 경부선미전신호소앞 선로전환구간에서 무궁화호 열차끼리 정면 충돌, 기관사 박명수(40)씨등 4명이 숨지고 승객 2백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철도청은 상행선으로 달리던 부산발 대구행 무궁화호 동차 기관사가 졸음운전을 하다 정지신호를 무시, 하행선으로 잘못 진입해 대구발 마산행 무궁화호열차와 충돌해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망한 사고 기관사와 기관조사 두사람 모두 졸 수 있느냐는 반론과 함께 신호체계상의 하자와 선로구조의 문제등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사고구간은 경전선이 경부선을 가로 지르는 위험 상존구간인데도 안전조치를 게을리해 철도행정에 대한 불신이 높았다.

◎성수대교 붕괴

 10월21일 상오7시40분께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성수대교 북단 5번과 6번 교각사이 상판(길이 48, 폭 19·4)이 붕괴, 16번 시내버스등 차량 6대가 15아래 한강으로 추락해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했다. 사고는 철골구조물(트러스)의 연결핀과 H빔이 심하게 부식된 상태에서 과중한 하중으로 피로가 누적돼 연결핀이 잘려나가면서 일어났다.

 더욱이 페인트칠이 완전히 벗겨져 있고 부식상태가 심했는데도 하자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는등 형식적인 점검과 관리소홀이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사고를 계기로 실시된 한강다리등 교량 전반에 대한 안전점검 결과 곳곳에서 하자가 발견돼 당국의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또 헬기 늑장출동등 대형사고 때의 허술한 구조체계도 지적됐다.

◎유람선 화재

 성수대교붕괴 3일만인 10월24일 하오4시께 충북 단양군 적성면 충주호에서 운항중이던 유람선에서 불이 나 승객 29명이 사망하고 33명이 부상했다.

 사고유람선은 출발직후 엔진이 꺼져 5분후 시동이 걸리는등 문제가 있었는데도 무리하게 운항하다 부유물질이 스크루에 감기는 바람에 엔진이 과열돼 일어났다.

 더욱이 유람선에는 정원(1백20명)을 초과한 1백31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으며 출항 전 승객들에게 구명장비의 위치 사용법등에 대한 교육도 전혀 이뤄지지 않아 지난해 위도 카페리호 사건 복사판이 됐다.

 또 승무원들의 비상시 대처능력 부족이 피해를 키웠다.

 8월10일 KAL기 제주공항 불시착 때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잘 유도, 대형참사를 면하게 했던 것과 대조를 이뤘다.

◎아현동 가스폭발

 12월7일 하오2시55분 서울 마포구 아현동 도시가스 아현공급기지에서 밸브 점검작업중 누출된 가스가 폭발, 가스공사 소속 청원경찰 박범규(31)씨등 7명과 윤경환(38·봉제공장 사장)씨등 주민 5명등 모두 12명이 숨지고 53명이 부상했다.

 또 주택 50여채가 전소돼 이재민 3백여명이 발생했으며 서울시내 1백만가구에 가스공급이 일시 중단됐다.

 사고는 작업반이 『가스가 많이 누출돼 작업이 어렵다』는 보고가 묵살된데다 사고 발생 41분만에야 가스공급을 차단, 대형참사를 불렀다. 특히 가스공사는 7,8월에 아현 합정 군자 목동등 수도권 10개 가스기지의 62개 밸브를 점검한 결과 37개에서 누출이 확인됐는데도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안전관리 불감증이 문제가 됐다.

◎엄동설한 맞은 「가스폭발」 이재민들/3백여명 아직도 악몽 “몸서리”/생활고보다 당국 무관심에 더 실망

 『겨울방학이라고 친구들은 소리치며 뛰어 놀지만 저는 전혀 신이 나질 않아요. 집도 없어지고 …. 사고 낸 아저씨들이 미워요』

 지난 7일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사고로 보금자리를 잃은 이상우(13·소의국교6)군은 21일 방학식을 마치고 임시 거처가 마련된 마포 시립도서관을 향해 고갯길을 내려가다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상우는 등하교길마다 불타버린 집터를 보면서 악몽같던 그날의 순간들이 떠올라 몸서리치곤 한다.

 지금은 폐허 속에 대문 기둥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그곳에서 상우네는 생활이 어려웠지만 행복했다. 부모님과 할머니 삼촌 누나 3명등 아홉식구는 보증금 1천5백만원에 월세 15만원의 사글셋방 3개에서 오순 도순 지냈다.

 상우 부모는 15년간 살아 온 동네가 재개발 대상지역이어서 아파트가 들어서면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집마련의 꿈도 키웠다.

 전체 이재민 2백7세대중 더러는 친척집등으로 가고 1백32세대 3백여명이 이곳에서 올 겨울을 나야 할 판이다.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사회의 관심도 멀어져 가는데다 당국이 무성의와 무대책으로 일관, 더욱 힘들고 추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평 남짓한 열람실 3개에 대형 온풍기와 스팀시설을 급히 마련, 아쉬운대로 찬바람을 막아 주고 있지만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끼니때마다 배식판을 들고 열람실 옆에 급조된 식당에서 차례를 기다려야 하고,화장실이 부족해 아침 저녁으로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

 하수구가 막혀 세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날이 많고 옷이 없어 대부분 사고당일 입었던 그대로이다. 열람실에 가습기가 한대씩 있지만 공기가 탁하고 건조해 노약자와 아이들 대부분이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있다.

 상우 어머니 하상운(45)씨는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생각을 하면 앞이 캄캄해요. 언제쯤 새 거처를 마련하게 될는지…』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새해가 되기 전에 이곳을 떠나요』 옆에 앉았던 상우는 엄마품을 파고 들며 이렇게 졸랐다.【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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