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2월이 중앙부서공무원들에게는 잔인한 계절이 됐다.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개편대상 17개 부처 가운데 경제기획원, 재무부, 상공자원부, 건설부, 교통부, 농림수산부등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한 11개 부처에서 총무처에 통보해온 과장급 이상 감축인원은 1백20명, 곧 이어 통보해올 부처까지 합하면 1백50여명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금명간 통보될 사무관급 이하 감축대상인원도 7백50여명이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번 정부기구 통폐합 및 축소에 따라 감축되는 인력은 모두 9백여명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먼저 단행된 과장급 이상의 감축인력중 90%가 정부내 다른 부서나 산하기관등으로 전출, 구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관급 이하의 감축인력도 유사하게 처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관련공무원들의 공직자로서 또한 직장인으로서의 충격을 완화해주는 것이므로 적절한 조처라고 하겠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은 경제부처에 집중돼 반쪽개편이라 하겠으나 조직이 통폐합되고 축소 조정된 경제부처 공무원들로서는 「남아있는 사람」이나 「떠나는 사람」이나 모두 지각변동같은 충격적인 격동을 겪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제 경제관료들이 이번의 격변기에 가졌을지 모르는 회의와 불안과 자괴를 떨쳐버리고 이 나라 공무원의 엘리트로서 자긍과 국가관을 갖고 직무에 최선을 다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할 것이다.
정부조직개편이 겨냥하고 있는「작은 정부」의 효율적인 정착이 이뤄지자면 경제관료들을 포함한 국가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불가결하다. 경제관료들에게도 부분적으로 복지부동, 부정부패, 창의력의 결여, 관료적 타성과 오만등 문제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 경제의 압축성장을 실현시킨 수출주도형 경제정책을 입안, 집행하고 이끌어온 주도세력이다.
이제는 국내외의 경제여건이 급변, 경제의 개방화와 국제화가 신속히 진행됨에 따라 시장경제와 민간주도의 경제로 경제체제·제도가 역시 급격히 바뀌어져야 한다. 재벌그룹등 민간기업들의 비중과 역할이 막중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기에도 경제관료들의 역할과 기능이 역시 매우 중대하다. 경제정책·체제·제도를 국경없는 경제를 지향하고 있는 새로운 세계경제환경에 적응시키는 일은 바로 경제관료들의 과제다.
지금 김영삼대통령이 강력히 밀고가는 세계화가 재벌등 민간기업만으로 되지 않는다. 경제관료와의 협력과 협동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국가이익을 생각하는 데서도 경제관료들이 앞선다. 경제관료등 공무원들이 그래도 국가이익을 가장 우선시키고 있는 집단들이다. 이들이 재벌과 정치세력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독립성을 갖고 국정수행을 담당할 수 있게 신분보장·처우개선등 여건을 조성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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