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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대결대신 관계개선” 실리선택/헬기 조종사 오늘 송환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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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대결대신 관계개선” 실리선택/헬기 조종사 오늘 송환의미

입력
1994.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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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기류 수포우려 이례적 신속결정/성탄절앞 우호이미지 극대화 계산도 북한이 결국 미국과의 협력의 길을 택했다.

 평양정권은 지난 17일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 불시착한 미군헬기의 생존 조종사와 사망자의 시신을 미국측에 인도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미국과의 대결 대신에 대미관계 개선이라는 실리를 선택했다.

 이에 따라 또다시 고조되는 듯하던 한반도의 긴장은 일단 해소되고 와해위기를 맞고있던 북·미간의 핵합의도 차질없이 추진되게 됐다.

 미행정부는 북한의 이번 결정을 양국간 신뢰구축 과정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하며 환영했다. 워싱턴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들도 북한의 헬기 승무원 송환결정은 김정일정권이 북·미간의 관계개선을 대외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이번 결정이 북한측의 그간의 의사결정과정에 비해 볼 때는 비교적 신속하게 내려진 편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이같은 재빠른 선택을 하게된 것은 무엇보다도 그들이 이번 사건으로 그들의 지상과제인 대미관계 개선에 금이 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11월초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제네바 핵합의에 회의적인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자 이것이 북·미관계에 암운이 드리울 조짐으로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들은 제네바 합의사항을 예상보다 빨리 이행해 나가며 미국측의 선심을 사기 위해 안간힘을 써 왔다.

 북한측은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한 실무회담에서 빠르면 내년 봄까지는 워싱턴에 인공기를 휘날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고무돼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발생한 미군헬기의 격추사건은 그들로서도 적지않은 부담이었을 것이다. 이를 잘못 다루다가는 그동안 애써온 북·미관계 개선노력이 「일시에」 수포로 돌아갈 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미행정부가 전례없이 솔직하게 헬기의 영공침범 사실을 인정하고 나선 것도 이번 사태의 조기해결에 주효했다. 북한측도 자체 조사결과 미군헬기의 「공중 정탐」흔적을 밝혀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사건발생 초기 그들의 영공을 침범한 「적군기를 격추시켰다」는 냉전시대적 발표문을 여과없이 내보내 미국측을 긴장시켰다.

 북한측은 그러나 사고 발생 직후 우연히 평양에 들어간 빌 리처드슨민주당소속 하원의원을 통해 이번 사건을 「불행한 일」로 재규정하고 미국측에 협력할 의향을 밝혔다. 북한측은 뉴멕시코주 출신의 리처드슨의원이 92년 대통령선거 당시 빌 클린턴에게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를 몰아준 클린턴의 지우여서 즉시 이번 사건의 특사로 임명된 점에도 주목했을 것이다.

 북한은 또 미국의 국가적인 대명절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생존 승무원을 송환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그들의 대미 우호의지를 극대화하려는 효과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관은 『북한이 미국의 문화를 이해한 세련된 외교를 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북한측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미군헬기 조종사의 송환결정은 장기적으로 북한에 대한 미국내 여론을 호전시켜 양국관계 개선에 상당한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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