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고문서 문제」 본보기 삼아야 프랑스가 병인양요(1866)때 약탈해간 외규장각 고문서 반환문제를 놓고 한국과 프랑스간에 1년여에 걸친 협상과 신경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시나이반도에서 발굴한 문화재를 이집트에 모두 반환, 관심을 끌고 있다. 한 국가가 다른 나라에서 발굴·약탈한 유물을 이처럼 대규모로 반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호(12월19일자)에서 이스라엘이 67년 시나이반도 점령 후 1백만달러 이상을 투입하여 발굴한 BC4천년∼AD1천4백년의 유물 수백점을 이집트에 되돌려주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유물반환은 93년부터 단계적으로 이뤄져왔으며 오는 28일 반환작업이 마무리된다.
반환유물들은 이스라엘이 67년이후 20여년에 걸쳐 10여명의 고고학자와 수백명의 인부를 동원하여 발굴한 것으로 발굴당시부터 세계적인 관심을 끌어왔다.
특히 BC5세기의 남자가면, 장례용 돌기둥, 유태인 상징이 장식된 기름램프, 3천5백년전의 알파벳이 새겨진 돌조각등은 세계적인 보물로 평가되는 유물들이다. 지금까지 이스라엘 박물관에 보관됐던 이 유물들은 79년 이스라엘과 이집트간에 체결된 평화협정으로 반환의 길을 텄고, 그 이후 양국관계의 개선에 따라 유물반환이 자연스럽게 진행돼 왔다.
이스라엘의 경우 「전쟁중 점령국은 문화재를 보호하고 이동시켜서는 안된다」고 규정한 「문화재 보호를 위한 54년 헤이그협약」의 가맹국이기 때문에 문화재반환을 둘러싼 내부논쟁의 여지가 적었다. 하지만 헤이그협약이 이스라엘측의 유물반환에 대한 정치적 결단을 뒷받침해준 측면이 크다.
이스라엘측의 문화재반환을 계기로 영국 프랑스등이 식민지경영 당시 약탈 내지는 빼돌린 숱한 문화재의 운명에 대해 세계각국이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만해도 병인양요때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작 고문서 외에도 일제강점당시 일본으로 강제로 유출된 엄청난 문화재가 있다. 또 영국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대 그리스의 대리석조상(조상), 트로이 마지막왕인 프라이엄의 보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웨스트뱅크와 가자지구에서 발굴한 문화재등 원래 소유국가에서 다른 나라로 빼돌려진 문화재가 셀 수 없이 많다.
따라서 이번 시나이유물 반환은 문화재 약탈국에 대한 피해국의 반환 요청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백충현교수(서울대)는 『유물반환결정이 정치적 이유에서 고려된 것이긴 하지만 헤이그 국제협약에 따라 이루어져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외규장각 고문서도 이번 선례에 따라 적극적인 외교협상을 벌일 필요가 있고, 이와 함께 병인양요라는 전시에 약탈해간 유물을 당시의 국제법이나 이후에 체결된 법을 근거로 반환을 강력하게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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