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 개선과 연계시사/일부선 「합의이행」 중지요구 지난 17일 북한에 추락한 미군헬기의 생존 조종사및 사망자 유해의 송환이 의외로 지연됨에 따라 빌 클린턴미행정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지난 10월의 제네바 합의정신에 따라 북한이 이번 사태의 조기해결에 성의를 다할 것으로 기대해왔다. 하지만 북한측의 일처리가 예상보다 늦어지자 그동안 자제해오던 좌절감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이크 매커리국무부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이번 사건관련 정보조차 미국측에 신속히 제공치 않고 있는데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로버트 갈루치국무차관보가 강석주 북한외교부부부장에게 『이같은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인들은 보다 많은 정보와 구체적인 사항을 원하는 우리들의 거듭된 요구에 북한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그들을 판단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의 처리과정이 북·미 관계개선과도 무관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미국정부가 이번 사고와 제네바 합의를 연계치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클린턴행정부의 고위관리들은 이번 사태가 머지않아 원만히 수습될 것이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매커리도 이날 『이번 사태의 긍정적인 처리결과에 따라 (양국이) 보다 진전된 관계를 확립할 것으로 본다』며 북한측의 협조를 재차 촉구했다. 미행정부 관리들은 북·미 제네바합의에 따라 내달중 북한에 제공될 중유 5만톤에 대한 선적작업도 차질없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앞으로도 다각적인 채널을 통해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클린턴은 평양에 체류중인 빌 리처드슨 민주당의원을 계속 잔류시켜 북한 고위층과의 대화채널을 열어놓고있다. 한국어가 유창한 크리스텐슨 미국무부 한국과부과장과 함께 북한을 방문중인 리처드슨의원은 김영남 북한외교부장 양형섭 최고인민회의의장등 북측 고위관리와 워런 크리스토퍼국무장관등 미국측 고위층간의 연락창구 역할을 맡고있다. 미국정부는 또 북·미 고위급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갈루치국무차관보와 그의 북한측 상대역인 강석주외교부부부장과의 대화채널도 가동중이다. 이밖에도 유엔과 베이징(북경)주재대사를 통해 중국의 협조를 얻어 북한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편 미국방부는 이날 휴전선 부근에서 실시해오던 미군헬기의 훈련비행을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라는 단서를 붙여 일단 중지시켰다. 이는 물론 유사사고의 재발 방지책의 일환이기는 하지만 미군기의 「영공침입」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온 북한에 대한 선의의 제스처로도 해석할수 있다.
아무튼 이번 사건이 장기화되는 경우 클린턴행정부의 운신 폭이 그만큼 좁아질 것은 불보듯하다. 벌써부터 제네바 합의의 이행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존 메케인상원의원(애리조나주·공화당)은 이날 『비무장 헬기를 격추시켜 조종사를 사망케 하고 생존자의 송환과 사망자 유해의 인도를 지연시키는 나라와 무슨 거래를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북·미합의의 이행을 일단 중지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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