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의 지역신문에 연령차별에 대한 르포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한 20대 여기자가 한번은 본모습 그대로, 한번은 30대로 분장을 하고 취직시험에 몇군데 응시했더니 똑같은 학력과 경력을 이력서에 적어냈는데도 보이지 않는 차별이 심하더라는 내용이었다. 같은 내용의 기사가 국내신문에 실린다면 독자들로부터 비웃음을 사기 딱 좋을 것이다.
사원모집공고 자격란에는 으레 「00년1월1일 이후 출생자」라고 못박혀있는 것이 상식으로 돼 있는 우리로서는 남녀차별이라면 몰라도 나이제한이야 도무지 이야기 「거리」가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단지 나이때문에 내놓고 채용에 차별을 두는 것은 상식이 아니다. 우리네 입사지원서의 맨 위칸에 있는 생년월일란이 아예 없다.
면접때 나이를 물었다간 인종 성별 연령등을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헌법정신을 위배했다고 제소당하기 십상이다. 적어도 능력에 상관없이 「00년 1월1일, 만0세」를 기준으로 자격자체가 판가름나는 일은 없는 것이다.
「대졸 취업재수생」이라는 말이 국내에서 유행어가 된지 오래지만 재수생만 해도 그나마 행복한 편이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만 00세」를 딸깍 넘겨 버린 사람은 아예 「취업낙오병」이 돼 정상적인 경로로 취직하기는 불가능해져 버린다.
구두닦이 출신이 이를 악물고 공부해 명문대에 들어가 졸업까지는 했는데 나이때문에 취직하기가 힘들어 「할 수 없이」 사법시험을 쳐서 합격했다는 성공담아닌 성공담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한창 나이의 고급인력들이 취직응시기회마저도 갖지 못해 방황하거나, 나이제한이 없는 자격시험에 대거 몰림으로써 생기는 국가경제적 손실을 다시한번 셈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손실을 따지기에 앞서 노동권은 신성한 국민의 권리로 우리헌법에도 명기돼 있다. 「만00세이하」라는 단서조항은 눈씻고 봐도 없음은 물론이다.【뉴욕=김준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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