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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두뇌숲서 “우뚝선 거목”/이종문 회장(코리아 코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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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두뇌숲서 “우뚝선 거목”/이종문 회장(코리아 코리안)

입력
1994.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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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세 한국인 “실리콘밸리 신화”/55세에 다이아몬드사 설립/사업실패·가정파탄 “자살기도”/87년 애플­IBM 호환제품개발 대히트/올 급성장 미500대 개인기업중 “18위” 실리콘밸리는 세계의 젊은두뇌들이 모여 치열한 아이디어 경쟁을 벌이는 하이테크의 본고장이다. 바로 이곳에서 칠순을 바라보는 이종문(이종문·67)씨가 컴퓨터 멀티미디어 카드를 히트시키면서 코리안의 신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씨가 설립한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사의 올해 11월까지의 매출액은 1억8천3백만달러(한화 약 1천4백64억원). 91년 4천만달러, 92년 7천5백만달러, 93년 1억3천만달러였으니까 이씨의 회사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온 것이다. 82년 혼자서 10만달러를 들여 회사를 만든 후 제품개발 실패와 가정파탄으로 권총자살까지 생각했던 이씨는 이제 미국내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 하이테크 기업가가 됐다.

 각종서류와 잡동사니가 범벅이 된 사무실에서 기자를 맞아들인 이씨는 『어디서부터 내가 겪은 경험담을 꺼내야 될지 모르겠다』며 말문을 연뒤 자신이 겪은 우여곡절을 털어놨다.

 어느 모로 보나 이씨는 실리콘밸리의 생리에서는 유별난 존재다. 이씨가 82년 다이아몬드사를 세울 당시만 해도 한때 서울국립도서관 직원과 연세대 교편 경력만을 가졌을뿐 컴퓨터나 전자공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고 더구나 50대중반이었다. 그런 이씨가 실리콘밸리에 빠진 것은 한국인 컴퓨터전문가의 충고에서 비롯됐다. 70년 미국에 이민온 그는 손대는 사업마다 꽤 성공을 거두어 적잖은 재산을 모았었다. 이씨는 전망있는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이곳저곳에 문의하던 중 휴렛패커드(HP)회사에 근무하던 한국인이 『실리콘밸리가 노다지인데 왜 그런데 손을 안대느냐』고 조언하자 눈이 번쩍 뜨였다.

 이씨의 첫 시선은 개인용컴퓨터로 돌려졌다. 그는 『자동차는 메이커가 달라도 소비자의 사용방법은 같은데, 컴퓨터의 경우 애플II와 IBM컴퓨터간에 호환이 안되는 이유가 뭐냐』는 의문과 함께 『두 종류의 컴퓨터간에 다리를 놓는 호환시스템을 만들면 돈을 벌 수 있다』는데 착안했다. 이씨는 미국인 엔지니어를 찾아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 『6개월동안 30만달러를 투자하면 개발하겠다』는 대답을 얻어냈다. 이씨는 넉넉잡아 1년에 50만달러만 투자하면 되리라고 생각하고 82년 「다이아몬드」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 그 미국인 엔지니어를 고용해 제품개발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씨의 계산은 빗나갔다. 1년은 고사하고 몇년이 지나도 팔릴 수 있는 제품이 개발되지 않았다. 가산은 거의 탕진됐고 집도 은행담보로 잡혔다. 더구나 28년이나 함께 살아온 부인마저 그를 떠날 때는 죽고 싶은 심경이 었다. 그는 『세번이나 권총을 머리에 대고 자살을 생각했지만 죽을 용기가 없어 그만두었다』고 회상했다.

 이런 역경속에서도 그를 끝까지 버리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이씨가 85년 한국에서 스카우트해온 엔지니어 허형회씨. 허씨는 보수는 고사하고 끼니조차 제대로 채우지 못하면서도 연구를 계속했다. 이씨는 『허씨가 너무 고생한 나머지 나와의 정을 끊으려는 것을 눈물로 설득해 막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씨는 그의 공로를 인정, 회사지분 10%(1천5백만달러상당)를 주었다.

 각고 끝에 87년 애플II-IBM호환용 컴퓨터 어댑터를 개발했으나 마케팅이 막막했다. 이씨는 컴퓨터박람회장에 조그만 전시대를 하나 얻어 「애플II PC를 IBM에서 돌아가게 한다」는 설명을 달고 제품을 내놓았다. 환갑을 넘긴 이씨의 초라한 모습과 보잘것 없는 전시대를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런데 한 미국인이 전시대를 기웃거리다가 『값이 얼마냐』고 물었다. 이씨가 『3백75달러』라고 대답하자 그 사람은 『2백45달러면 사겠다』고 제의했다. 이씨가 『몇개를 사겠느냐』고 반문하자 손님은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을 보는 순간 이씨는 심장이 멎을 것같은 흥분에 휩싸였다. 바로 세계최대 컴퓨터회사 IBM의 구매담당자인 톰 그리브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그때 나도 모르게 고개가 땅바닥에 닿도록 절을 했다』고 말했다.

 톰 그리브는 그해 어느날 이씨에게『다음 내놓을 제품이 뭐냐』고 물었다. 이씨가 『아이디어가 없다』고 대답하자, 그리브는 『멀티미디어에 착안하라』고 조언했다. 바로 이씨의 오늘의 성공을 낳게한 한마디였다.

 이씨는 89년 그래픽카드를 개발, 실리콘밸리의 관행대로 각종 컴퓨터잡지에 제품을 보냈다. 「PC위크」지가 『다이아몬드사 제품이 가장 빠르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의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컴퓨터제조업체인 게이트웨이사에서 『물건을 보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게이트웨이는 이씨에게 다이아몬드사의 규모를 물었다. 『연간 매상이 1백20만달러』라는 대답에 게이트웨이사는 난색을 지으면서 『우리는 1개월에 1백만달러를 주문하려는데 그 규모로 어떻게 품질과 자금을 감당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씨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싶어 IBM과의 거래실적을 대며 부품만 대면 제품생산은 문제없다고 설득했다.

 90년부터 다이아몬드사는 해마다 매상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IBM, DEC, 마이크론테크놀로지, HP, 도시바, 후지쓰 등 세계굴지의 PC제조업체들이 다이아몬드사의 고객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이씨에게 기업은 단순한 영리추구의 수단만이 아니다. 그는 기업에서 번 돈을 보람된 일에 쓰고 싶어 한다. 기업을 키우는 것은 종업원과 주위환경이므로 이익을 그들에게 돌려주어야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가 동양박물관에 1백만달러를 내놓은 것도 단순한 성공의 과시가 아니라 그의 꿈의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실리콘밸리가 멀리 내려다보이는 로스 앨토스 언덕에서 재혼한 일본인 부인과 단둘이 사는 그는 마음이 울적할 때면 이미자의 「서울이여 안녕」이나 배호의 「안개낀 장충단공원」테이프에 맞춰 콧노래를 부르며 쓸쓸한 마음을 달랜다.【실리콘밸리(캘리포니아주)=김수종특파원】

◎다이아몬드사는 어떤기업/종업원 199명 올 매출액 1,464억원/IBM·HP등 세계적 PC업체 “주고객”

 이종문씨가 설립한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사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개인기업으로 소문이 나 있다. 서니베일에 위치한 이 회사의 종업원수는 1백99명(11월말현재)이지만 기업주인 이씨로부터 엔지니어나 포장공에 이르기까지 움직이는 동작이 경쾌하고 민첩해 5백명은 넘게 느껴진다. 2년전 종업원 80명일때 얻은 사옥이 터질 것 같아 곧 더 큰 사옥을 얻어 이사를 해야할 만큼 회사측도 성장속도를 예측하지 못한다.

 매년 미국에서 초고속성장을 하는 5백개 개인기업을 선정보도하는 특집을 마련하고 있는 잉크지는 93년 다이아몬드사를 17번째로 성장속도가 빠른 기업으로, 94년에는 18번째로 성장이 빠른 기업으로 보도했다.

 다이아몬드사의 작업분위기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은 방마다 제품디자인에 몰두하는 엔지니어들의 모습이다. 이씨는 『엔지니어가 80명쯤된다』며 『청바지를 입고 컴퓨터앞에 앉아 있지만 하버드나 스탠퍼드를 나온 대단히 비싼 친구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18만달러의 스카우트경비를 들여 미국인 사장을 고용했고 25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엔지니어도 있다』고 귀띔했다.

 멀티미디어 그래픽카드를 만드는 경쟁사는 40여개. 좋은 제품이 나와도 3, 4개월만 지나면 다른 회사들이 복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끊임없이 제품을 개발해나가야 한다. 따라서 회사의 생존은 엔지니어들의 창의력에 달려 있다. 이씨는 그래서 독특한 엔지니어 인력관리 방법을 쓰고 있다. 출퇴근시간제도를 없애버린 것이다. 엔지니어들 중에는 밤에 나와서 일하는 괴짜들도 있다. 그러나 이씨는 그것이 창의력발휘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제품조립은 교포업체에 하청을 주고 다이아몬드사는 개발과 세일즈, 포장만 한다. 그래서 종업원 1인당 회사수익이 1백만달러를 넘는 생산성을 보이고 있다. 다이아몬드사는 그래픽카드에 들어가는 메모리칩과 기판을 올해 5천만달러어치나 한국에서 수입했다.

◎상항,이종문회장에 시열쇠 증정

 프랭크 조단샌프란시스코시장은 최근 동양박물관에 1백만달러를 희사한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사의 이종문회장에게 샌프란시스코시 열쇠를 증정했다.

 조단시장은 열쇠를 전달한 후 『이 일은 동양박물관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박물관으로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샌프란시스코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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