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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한 생각(장명수칼럼: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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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한 생각(장명수칼럼:1759)

입력
1994.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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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면서 돈을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쓸 것이냐는 생각은 그의 생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돈에 대한 생각에 따라서 사람들은 각기 다른 생을 살아간다. 부자인데도 계속 가난한 마음으로 돈을 갈구하기도 하고, 가난한데도 넉넉한 마음으로 베풀며 살아가기도 한다. 돈을 쓰되 가치있게 쓰려고 까다롭게 따지는 사람도 있고, 그저 쓰고 싶은대로 통크게 써버리는 사람도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돈에 대한 생각에서 일대 혼란을 겪고 있다. 돈을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써야 한다는 윤리의식이 흔들리고, 부정한 돈에 대한 죄의식이 무디어지고, 돈의 액수에 무감각해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민의 세금을 받아 자기 주머니에 넣고, 업무상 기밀을 팔아 억대의 뇌물을 챙기는 공직자들 뿐 아니라 일반 국민생활에서도 극심한 혼돈이 일고 있다.

 「인기직업」을 가진 신랑감을 구해 딸을 시집보내면서 혼수마련에 돈을 물쓰듯 하는 사람, 내 아들은 「비싼 신랑감」이니 며느리에게 「양도 소득세」를 톡톡히 받아내겠다는 사람, 자녀 과외공부에 수백만원을 쓰는 사람, 흥청망청 사치와 유흥에 돈을 낭비하는 사람… 그들은 분명히 돈에 대한 감각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지만, 우리사회에서는 「문제 인물」 취급을 받지 않는다.

 최근 미국의 부자 노인 부부가 자신들의 병 치료에 들어갈 막대한 돈을 세상에 남겨 뜻깊은 일에 쓰도록 하기 위해 자살했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그 이야기는 우리사회가 겪고있는 돈에 대한 가치관의 혼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리처드 브라운(79)씨와 그의 아내 헬렌(76)여사는 결혼생활 53년동안 1천만달러(80억원)의 재산을 모았으나, 남편은 관절염으로 휠체어에 의지하게 되고, 아내는 알츠하이머에 걸려 고통받게 되자, 함께 자살하면서 이런 유서를 남겼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최고의 보살핌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여생을 원치 않으며, 재산을 그렇게 써버리고 싶지 않다. 우리의 재산이 세계의 어린이와 젊은이들을 돕는데 쓰여진다면, 그들도 언젠가 많은 사람들을 돕게될 것이다…』

 그들 부부의 결정을 많은 사람들이 본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이 병적으로 돈을 아까워한 나머지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치기 힘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쓰면서 비참하게 목숨을 연장하느니 차라리 그 돈이 가치있게 쓰여지기를 원했던 그들의 「자선 자살」은 돈에 대한 외경심을 일깨운다. 자선과 자비의 계절인 연말, 돈에 대한 외경심의 회복과 바른 쓰임이 더욱 절실해지는 때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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