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통화관리는 한동안 곧잘 되어가는 것 같더니 결국 또 꼬이고 있다. 가을까지만해도 정책당국은 통화관리에 제법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통신주식 공개입찰 및 중소기업은행 주식청약이 있기 전까지만해도 금년 통화증가율은 목표범위 하한인 14%에 근접한 수준에서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렇게 해야 작년에 금융실명제 실시로 인해서 추가로 늘어난 통화량이 환수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중에는 기업의 투자부진이 계속되면서 자금수요가 저조했기 때문에 통화관리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일단 늘어난 유동성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이 잠복하는 동안에는 통화증가율과 금리수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자금시장은 비교적 안정을 유지하는듯 보였다.
그러한 소강상태를 통화관리의 성과로 생각했던 것이 정책당국의 성급한 낙관이 아니었나 싶다. 일단 풀려나간 과잉통화는 다시 환수되지 않는 한 언제나 교란요인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것이 언제 활성화되어 자금시장을 교란하느냐는 단지 시간문제인 것 같다.
이러한 사실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바로 최근에 한국통신주(주)등의 청약에 따른 대규모 자금이동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동안 잘되어 오던 통화관리가 예상치 못한 몇개 기업의 주식청약으로 순식간에 무너져 통화증가율이 17%수준으로 뛰어올랐다는 정책당국의 해명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주식청약 과정에서 나타난 엄청난 부동자금의 규모는 우리에게 놀라움을 넘어서 커다란 불안을 느끼게 한다.
더욱 문제를 어렵게 하는 것은 통화당국이 과잉통화를 환수하려고 나서기만 하면 금리가 치솟는 것이다. 우리의 경험으로 보면 똑같은 규모의 통화를 풀었다 줄였다 하면 금리는 오르기만 하는 것 같다.
게다가 대기업들이 은행에서 한도를 배정받은 당좌대월의 경우 대출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 연12·5∼13.5%의 금리로 몇백억원씩 당좌대월을 받아 이 자금을 금리가 높은 콜자금용으로 은행에 거꾸로 돈놀이를 하든가 또는 역시 수익률 연16.5%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매입하여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만큼 자금편재현상이 심각하다. 그래서 통화량의 풍요속에도 불구하고 금리는 뛰고 있다. 결국 과잉통화의 환수와 금리의 안정을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지속적이며 일관성있는 통화관리와 이를 통한 정책의 신뢰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와 아울러 실질적인 금리자유화를 확대해 자금편재를 시정하는 것도 시급하며 저축증대를 위한 노력도 새롭게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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