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이용·사고땐 추적 어려워/번호변조·밀거래 대책 세워야 무적택시들이 여전히 운행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번호판을 변조한 무적택시로 유괴살인을 일삼은 온보현 사건이 일어나자 당국은 집중단속에 나서는등 대책마련을 서두르는 듯 했다. 그러나 2개월이 지난 현재 서울거리에는 여전히 수백대의 무적택시가 굴러 다니고 있어 범죄도구로 이용될 소지가 남아 있다.
등록이 취소되거나 말소된 무적택시는 범죄에 이용되지 않더라도 교통사고를 일으킬 경우 승객들이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고 뺑소니사고를 내더라도 추적이 어렵다.
무적택시는 법규위반이나 경영부실로 사업허가가 취소되거나 도산위기에 처한 택시회사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몰래 택시를 개인에게 헐값에 팔아 넘겨 생긴다. 또 「지입제」로 택시회사에 참여했던 영세택시 소유자들이 회사의 도산으로 차량등록이 취소된 뒤에도 차량과 번호판을 반납하지 않고 불법영업을 계속하는 사례도 많다.
이들 무적택시는 개인택시처럼 운전사가 수입을 모두 챙길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택시운전사들을 유혹한다. 개인택시면허가 4천5백만원에 거래되는 데 비해 무적택시는 1백50만∼1천만원에 살 수 있어 개인택시운전사들이 아예 자신의 개인택시는 팔고 무적택시를 구해 영업하는 경우마저 있다.
회사가 도산한 무적택시는 차량과 번호판을 포함해 1백50만∼2백50만원, 회사경영이 어려워 급매물로 나온 경우는 8백만∼1천만원선에 거래된다. 장안평 중고자동차시장 주변이나 택시회사가 밀집한 곳의 기사식당등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서울시는 무적택시를 가려내기 위해 택시조합에 위탁, 매년 한 차례 서울시장 명의로 점검필증을 발급해 택시에 부착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무적택시들은 다른 택시의 점검필증을 훔쳐 이 점검필증에 기재된 대로 번호판을 변조해 단속을 피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짜 점검필증을 만들어 20만∼50만원씩에 파는 중개상까지 생겼다.
최근 경찰에 적발된 택시운전사 이기석(33)씨는 지난 9월 파산한 S교통소속 택시를 3백만원에 구입, 미리 훔쳐 놓은 서울1사5026호 택시의 점검필증과 같은 번호판으로 변조해 영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종균(36)씨는 도봉구 수유동 기사식당에서 1백60만원을 주고 면허가 취소된 회사의 택시를 구입, 위조점검필증을 부착하고 불법영업을 하다 적발됐다.
서울시는 지난 10월부터 면허취소됐으나 번호판이 회수되지 않은 5백62대의 무적택시를 집중단속, 이중 2백81대를 적발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집계되지 않은 숫자를 합쳐 훨씬 많은 무적택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차량번호판을 위조가 불가능하도록 하고 택시사업의 허가조건을 강화, 영세업자의 난립으로 인한 도산을 막는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송영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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