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은 흑인이나 백인이 있음으로 해서 그 피부색깔의 다른 점을 알 수 있으며, 한국인은 일본인이나 중국인과 서로 다른 점을 알게 됨으로 해서 더욱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켜 세계문명에 기여하게 된다. 동구 변혁이후 유럽과 러시아에서 부활하고 있는 민족주의 역시 그 민족적 다양성을 가지고 인류문명의 발전에 경쟁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민족간의 갈등은, 보스니아처럼 유혈참극으로 발전할 수도 있지만, 바츨라프 하벨같이 현명한 지도자를 만나면 체코슬로바키아의 분열처럼 민중과 국제사회를 다함께 만족시키면서 멋지게 해결될 수도 있다. 서양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인이나 중국인도 우리나라에 오면 한국 고유의 문화를 보고싶어 한다. 관광일정에 경주가 반드시 포함되는 것도 그 때문이지만, 좀 더 관심이 깊고 시간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국악이나 한국화 감상기회를 만들어 보려 애를 쓴다. 이처럼 다른 것을 통해 자기를 확인하고, 자기가 갖추지 못한 것을 남의 것을 보고 깨닫는 작업은 바로 인간의 지적 성장과정이기도 하다.
올해는 관광진흥을 위해 정부가 정한 「한국 방문의 해」였다. 그러나 그 성과는 『한국 방문의 해가 외국 방문의 해로 돼버렸다』는 비아냥이 나올 만큼 실망스러운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의 질이 무슨 방문의 해를 정해 놓고 캠페인을 벌이기에는 어림도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일반의 평가이지만, 이를테면 일본의 가부키(가무기)나 중국의 징쥐(경극)처럼 우리 고유의 음악인 판소리를 외국인에게 언제든지 보여줄 수 있는 상설무대 하나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다는 점도 그 하나의 이유로 지적될 수 있다.
오늘은 마침 「국악의 해」 폐회식을 갖고 올 한 해 국악의 발전을 결산하는 날이다. 그러나 국악계는 문화체육부가 국악의 본산이라 할 국립국악원장에 퇴임을 앞둔 관리를 옮겨 앉혀 국악인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음을 비난하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에서 관광행정부문이 문체부로 이관된 것을 문체부관리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국립국악원장 인사에서 보는 것처럼 생각이 밥그릇 늘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조직개편은 하나마나 국악이고 관광이고 제자리걸음이면 다행일 게 뻔하다. 새 통합 문화·관광행정에 거는 기대는 그래서 크다.<편집부국장>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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