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최대쟁점인 정부조직개편과 관련, 민주당은 ▲예산실의 총리실 이전 ▲공정거래위원회의 총리실 이전 ▲통상산업부에 통상외교와 통상정책기능 부여 ▲한국은행독립등 4개항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최대 현안의 하나인 예산실의 총리실 이전문제를 보면 관·민경제전문가들의 대다수가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많은 진통과 물의를 빚고 있는 이번의 정부조직개편중 경제정책의 능률향상이 크게 기대되고 있는 게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통폐합된 재정경제원이다. 이것은 주로 경제기획원의 예산 기능과 재무부의 세수 기능이 합쳐져 재정의 세입·세출기능이 통합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산기능을 총리실로 옮긴다면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의 핵심이 되는 재경원의 기능과 힘을 반감시켜 결국 정부조직개편의 의미를 더욱 희석시키게 되는 것이다. 기능의 저하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역기능을 강화시켜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예산기능의 총리실 이전에 반대하는 논리들은 첫째 총리실이 경제정책의 결정과 집행에서 옥상옥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제정책의 경로는 대통령(청와대)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경제부처장관(경제부처)으로 이어져 왔는데 예산업무가 총리실로 이관되는 경우 총리가 명실공히 대통령의 다음가는 실세로서 정책결정조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책임제 아래에서 총리의 힘은 현실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총리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려 하면 대통령과의 정책적 마찰을 일으키기 쉽고 오히려 산하 경제부처에 지휘상의 혼선만 일으켜 줄 수 있다. 그렇다고 「불간섭」이나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이는 예산편성과 집행이라는 막강한 힘을 사장시켜 재정의 비능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는 예산이 정치논리에 더욱 지배당하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총리는 현행의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이나 새로 출범하게 되는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보다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영향을 받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셋째는 총리실은 예산실이 옮겨간다 해도 비경제부처기관이므로 경제정책의 조정과 선도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다.
이러한 여러가지 예측 또는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과 역기능 때문에 예산기능은 현행처럼 경제기획원의 기능을 승계하는 재정경제원에 그대로 귀속시켜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재경원의 힘이 너무 비대하여 예산기능을 꼭 분리시켜야 한다면 미국의 OMB(예산실)처럼 대통령직속기관으로 두는 것이 보다 능률적일 수도 있다. 예산의 기능과 역할은 막중하므로 이와 관련한 기구개편문제에는 성찰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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