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에게 베토벤은 기독교인의 성경과 같지요” 26일 서울아카데미 심포니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연주는 원로 지휘자 림원식(임원식·75)씨의 지휘자 데뷔 50년주년을 기념하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무대이다.
4월 13일 예술의 전당 음악당에서 베토벤 교향곡 1번과 5번 「운명」을 연주하며 시작한 이 전곡연주회는 8개월여만에 대장정을 마치게 된다.
『주위에 친구들이 많아서 데뷔 50주년 축하를 크게 해준다는데 실은 나는 변함없이 그냥 현역 지휘자로 활동한다는 느낌 뿐이에요』 림씨는 그 말대로 베토벤 전곡연주회뿐만 아니라 9월에는 윤이상음악제에서 윤이상의 교향곡 3번과 바이올린협주곡 1번등을 연주했으며 국외에서는 동경교향악단, 싱가포르 교향악단, 타이베이교향악단을 지휘했다. 내년 역시 국내외 일정이 빽빽이 잡혀있다. 림씨가 지휘를 시작한 것은 44년 초 하얼빈방송교향악단을 통해서였다. 정식 데뷔는 45년 11월 하얼빈 필하모니 지휘자로서였다. 그때 연주곡이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과 멘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이었다.
림씨는 『데뷔의 인연때문은 아니에요. 음악가에게 베토벤은 기독교신자에게 구약성경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악기편성이나 교향악의 구성에 있어서도 오늘날의 형식을 개척한 혁명가였지만 내용에서도 불합리한 것을 타파하려는 자유와 투쟁으로 가득찬 음악이어서 지금도 전세계에서 9개 교향곡이 끊임없이 연주됩니다』라고 50주년 기념으로 베토벤을 고른 이유를 설명한다.
하얼빈음악원에서 피아노를, 동경음악학교에서 작곡을, 줄리아드에서 지휘를 공부한 림씨는 46년 우리나라 최초의 교향악단인 고려교향악단의 초대 상임지휘자에 이어 육군정훈악단과 서울시향 상임지휘자를 역임한 우리 지휘계의 산 증인이다. 또 서울예고와 예원학교를 세워 청소년을 위한 조기 예술교육을 이끌었다.
그는 『공부없이 너도 나도 지휘에 손대는 요즘 음악계 풍토도 문제지만 아직껏 음악감독제가 확립되지 않는 국내여건은 더욱 답답하다』고 원로다운 일침을 놓는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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