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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근로자 성탄 연합예배/이국서 훈훈한 세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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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근로자 성탄 연합예배/이국서 훈훈한 세밑

입력
1994.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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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하오 서울 소망교회서/1천여명 향수병털고 정담/“혹한·차별속 인간다운 삶 소망”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혹한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견디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훈훈한 정을 전하는 세밑모임이 마련됐다.

 재한 외국인 복음주의목사회(회장 두마피어스 필리핀총영사)가 주관하고 롯데복지재단(이사장 노신영)과 7개 해외선교회가 공동후원한 「외국인 근로자 성탄절 연합예배」가 18일 하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소망교회에서 열렸다. 필리핀 방글라데시 태국등 동남아출신 기술연수생과 불법체류자등 1천여명은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간절한 표정으로 기도를 올렸다. 『모두가 인간다운 삶과 무사한 귀향을 바라는 기도가 아니겠느냐』고 방글라데시출신 청년은 말했다.

 처음겪는 매서운 추위에 질린듯 두툼한 방한복과 목도리 속에 깡마른 몸을 움츠리고 도착한 이들은 아는 얼굴끼리 모여 반갑게 안부를 물었다. 한국에서 겪는 서러움은 당연히 단골화제가 됐다. 필리핀인 마르다(32·여)씨가 『미싱자수 공장에 취직해 5개월분 1백50만원의 월급도 못받고 성폭행까지 당할뻔 했다』고 끔찍했던 경험담을 털어놓자 동료들은 말없이 서글픈 표정으로 고개들을 떨구었다.

 무겁게 가라앉았던 분위기는 예배직전 필리핀출신 듀엣여가수가 경쾌한 리듬으로 가스펠송을 부르기 시작하자 비로소 남방인들 특유의 흥겨움으로 살아났다. 한시간 남짓한 예배행사가 끝나자 이들은 서로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며 뿔뿔이 헤어졌다. 평범한 인사말이었지만 이들에게서는 각별한 절박함이 느껴졌다.

 두마피어스필리핀총영사는 『한국 경찰과 이민국직원이 지난달초부터 이달까지 한달동안 일제 단속을 벌여 수백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수용소에 분산 수용돼 고통을 겪고 있다』며 『빠른 시일안에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점심과 음료 일체를 제공한 롯데복지재단의 노신영이사장은 『인권침해와 노동착취로 반한주의자를 양산하고 있는 현행 외국인 근로 형태를 민간차원서 보완키 위해 복지재단을 설립하게 됐다』며 『현재 50억원의 기본자산을 마련, 매년 5억원을 외국인 산재근로자들에게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는 합법적으로 입국한 기술연수생 4만5천여명과 단기 여행비자로 들어와 장기체류중인 불법체류자 8만5천명등 총 13만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인들이 기피하는 3D 직종에서 임금체불, 장시간 노동, 폭행등의 희생을 강요당하며 일하고 있다.【송영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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