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는 안팎으로 중대한 시련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안으로는 장차 실천해야 할 개혁과제들이 산적한데다 이미 착수했던 개혁작업들마저 상당부분 정착되지 못하고 있고, 특히 개혁을 이끌어야 할 관·공직사회의 무책임과 나태와 부정행위로 국가기강이 흔들리고 있다. 또 밖으로는 높아가는 개방압력과 함께 국제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이 새 내각수반에 외부의 새얼굴 대신 이홍구부총리를 기용한 것은 행정경험과 국제적 식견·균형감각을 감안, 이같은 시련과 도전에 안정적으로 대응하려는 포석으로 보여진다.
문민정부가 출범한 이래 공직자재산공개, 금융실명제, 숙군, 정경유착 절연선언, 정부조직개편 등 과단성 있는 개혁정책을 단행하여 상당한 성과를 올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괄목할만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관성과 균형이 결여되고, 장기적 계획이 아닌 충격요법식이요 법치 아닌 인치라는 비판과 함께 적지않은 부작용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정부출범 22개월만에 총리가 4번씩이나 바뀌어 평균 7개월정도 재임 한 것은 오랫동안 누적된 적폐가 노출된 탓이기도 했으나 결국은 국정운영의 시행착오를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신임 이홍구총리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전격적인 조직개편으로 크게 동요하고 있는 공무원사회를 합리적인 기능재편과 인사관리로 안정시키는 일이다. 단순한 정부의 군살빼기가 아니라 행정의 효율성 생산성 및 서비스제고로 행정개혁의 취지를 살리도록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다음으로 정부의 갖가지 개혁작업을 국민이 실감할 수 있게 제도화하여 정착시키는 한편 앞으로의 개혁에 대한 실천방향과 계획안을 제시, 국민의 공감을 얻도록 하는 일이 시급하다. 국제화·세계화가 한낱 구호가 아니라 국가의 생존전략이라는 실천적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정부가 앞장서 수범해야하며 공무원들의 나태로 인한 잇단 사고와 세금도둑질등 얼룩진 국정을 일대 쇄신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과제를 신임총리가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금명간 개편할 내각이 능력과 책임감, 확고한 국가관을 지닌 인물들로 폭넓게 수술되어야 한다. 종래같은 계파와 출신지역의 적당한 안배로는 어림도 없다.
다음은 총리위상을 제고시켜야 한다. 장관들이 청와대 눈치를 살피지 않게 하고 총리가 내각을 장악, 지휘하여 책임있게 정부를 운영케 하는 것이 긴요하다. 비록 대통령제하의 총리이지만 종래와 같이 「대독총리」 「의전총리」 「얼굴마담」정도의 역할이 재현된다면 총리를 아무리 바꿔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는 없을 것이다. 행정의 총책임자로서 내각은 총리가 책임지고 지휘하고 대통령은 「큰 정치 큰 통치」를 하는 역할분담을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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