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거래 「국외자」입장 곤혹/미 「송환대가」 양보내용 촉각 주한미군 헬기의 북한 불시착은 북한에게 새로운 정치카드를 쥐어준 것으로 우리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김정일의 권력승계 지연등으로 잠잠하던 북한이 이를 무기로 무차별 정치공세를 벌일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헬기의 월경 사실을 보도하면서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군과 남한의 침략책동」을 강조해 내부단결을 끌어내고 대외적 선전효과를 거두려는 심리전술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북한은 조종사와 기체송환 협상에서 영공침범등을 앞세워 미군철수와 평화협정체제 전환등의 공세를 펼 것임이 분명하다. 이번 사건을 논의하기 위해 유엔사령부가 제의한 18일의 군사정전위 비서장회의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그 공세는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지난 4월 정전위 대표단의 일방적 철수를 선언한 이후 구체적 사건을 통해 정전위가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미군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만큼 미국의 입장은 어렵게 됐다. 월남전 실종자를 아직까지 추적하는등 인명을 중시하는 미국으로선 조종사 송환에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경우 미국이 송환의 대가로 북한에 이외의 양보를 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우리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북한이 핵문제등에서 미국과의 직접협상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정부는 조종사나 기체송환 협상 역시 두당사자 사이의 거래를 지켜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자칫 핵문제나 다른 한반도 현실이 흥정의 대상이 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는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핵협상에 이어 또 다시 「무능력」시비가 일어날 소지가 충분한 것이다. 핵문제와 마찬가지로 우리 땅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국외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처지가 재연된 것이다.【손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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