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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사 불량식품 유통」 심층취재 마땅/김성곤(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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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사 불량식품 유통」 심층취재 마땅/김성곤(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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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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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10부제」 문제점 지적은 돋보여 지난 주에도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잇달아 터졌다. 도심 한복판에서 도시가스가 폭발해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은 수치스럽게도 외국 주요일간지들의 톱뉴스로 전 세계에 보도됐다. 80년대까지 독재와 인권탄압 때문에 고개를 들지 못했던 해외거주 한국인들이 이제는 연이어 터지는 대형참사 때문에 고개를 들지 못하게끔 되었다.

 선진국의 큰 특성은 우선 철저한 안전의식과 인명존중의식, 합리적인 사회제도와 완벽한 복지, 부정부패의 부재와 수준높은 공중도덕일 것이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우리에게 해당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언론은 가스관밸브가 모두 불량품이고 가스관 역시 영세업체 제품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언론이 아무리 지적해도 「소귀에 경읽기」일 뿐, 시정되는 것이 없다. 그러한 불합리한 사회에 안전이나 인명존중의식이 있을 턱이 없다. 잘못된 것을 시정하려고 하지 않는 태도와 규정만을 앞세우는 관료주의가 남아있는 한 한국사회의 세계화는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한국일보를 비롯한 신문과 방송은 또 유명식품회사가 불량식품을 만들어 유명백화점에 유통시키다가 적발되었다고 보도했다. 상도덕을 거론하기 이전에, 우리는 그들이 과연 자신들의 상표나 상호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는가부터 묻지 않을 수 없다. 자부심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비참한 일이다. 자부심이 부재한 사회에 신뢰가 있을 리 없다. 언론매체는 단순한 사건보도에만 그치지 말고, 민간차원의 불매운동을 유도할 만큼 집중 심층취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부도덕한 제조회사나 백화점이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도산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응징이 없는 한, 일부 대기업과 유명회사들의 파렴치한 행각은 계속될 것이다.

 구태의연한 국회의 날치기 역시 이 나라의 정치수준에 대한 절망감을 금치 못하게 했다. 일부언론은 야당을 비난했지만, 날치기만큼은 그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의견이다. 이승만정권 때부터 시작해 오늘날까지 우리는 날치기와 더불어 살아 왔다. 지금은 문민정부라는데, 국회의원들은 왜 아직도 날치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일까.

 백주의 가스폭발사건이나 국회 날치기사건을 보면서, 지금 우리에게는 「세계화」보다도 「내실화」가 더 시급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세계화를 표방하는 갑작스러운 정부기구 축소발표는 날치기 파동을 잠재울 만큼 일파만파의 효과를 거두는데 성공했다. 정부부처의 기구축소와 인원감축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을 만큼 시급한 사안이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지만, 구태의연한 인물들로 세계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는지는 미지수로 남는다.

 결국은 1가구 차 두대를 부추기리라는 생각에는 미치지 못한 채 강행하려던 10부제 시행계획은 다행히 공청회와 언론의 제지를 받았다. 시민들의 권리를 억압하는 것도 문제지만, 환자수송이라든지 비상사태의 경우 운행하는 차량에도 10만원의 벌금을 물린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로는 차가 많은 것을 그렇게도 걱정하는 정부가,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자동차회사를 허가해 주는 것은 모순이 아닌가. 사실 그동안 거둬들인 막대한 교통벌칙금과 교통혼잡 유발금만이라도 도로확장과 신호등 교체에 썼더라면 대도시들이 오늘날 이렇게까지 심각한 교통지옥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일보를 비롯한 언론은 그런 문제점들을 부단히 지적해 주어야 할 것이다.<서울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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