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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콜세지(박흥진의 명감독 열전: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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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콜세지(박흥진의 명감독 열전:14)

입력
1994.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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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으로 사회악 청소 “영상 무법자”/「택시드라이버」등 감정분출 섬세히 묘사/비타협적·도전적인 성격… 상복은 없어 길잃은 영혼의 피투성이 감정분출을 그린 히스테리컬한 영화 「택시드라이버」(TAXI DRIVER·76년 컬럼비아)는 폭력적인 정열가요 사려깊은 낭만파인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52)의 뉴욕웨스턴이다. 아스팔트황야인 뉴욕에 총을 들고 나타나 인간쓰레기들을 닥치는대로 쏴 죽이는 택시운전사 트래비스 비클(로버트 드 니로)은 황야의 무법자이기 때문이다.

 가톨릭이라는 배경을 등에 십자가처럼 지고 다니는 스콜세지는 집념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깡마른 성자 트래비스를 시켜 죄인들을 지옥으로 보내면서 종교적 임무를 수행한다. 그리고 트래비스는 대중의 구세주가 된다. 허무주의에 절은 영화다. 도덕론자인 스콜세지는 또 「지구상의 지옥」인 뉴욕을 기소함으로써 현대도시의 구조와 사회현상을 기소하고 있다.

 스콜세지는 심리적으로 상처입은 베트남전의 후유증이요 시대의 희생자인 트래비스를 통해 도시인의 소외감과 좌절 그리고 우울증을 파고들고 있다. 결국 도시의 모든 타인을 적으로 보는 트래비스는 12살짜리 창녀 아이리스(조디 포스터)를 뉴욕이라는 하수구에서 건져내면서 성취감을 얻는다.

 이 구원과정에서 벌어지는 유혈이 낭자한 폭력과 폭력을 행사하는 드니로의 사정없는 침묵, 그리고 이 피범벅을 냉정하게 객관적 입장에서 찍은 촬영은 「택시드라이버」의 절정이다. 트래비스의 어두운 마음을 붙들고 늘어지는듯한 한탄조의 재즈성음악(「사이코」의 버나드 허만 작곡)이 짙은 여운을 남긴다. 특히 트래비스가 거울속의 자기를 향해 제스처를 써가며 『너 내게 말하는 거야』라고 독백하는 모습은 다른 영화들이 흉내를 내곤하는 유명한 장면이다.

 시실리계 이민의 후손으로 맨해튼 리틀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스콜세지는 어릴때부터 병약해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하면서 영화에 매달렸다. 이때부터 국외자의 눈을 갖게 됐다. 신부가 되려고 신학교에 들어갔으나 몇달 못가 자퇴, 뉴욕대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신동이라 불리며 뛰어난 단편영화들을 내놓았다.

 스콜세지에게 할리우드진출의 길을 열어준 것은 그의 두번째 작품인 B무비 「박스카 버타」(72년)였다. 그의 단골배우가 된 로버트 드 니로와 하비 카이텔이 나온 리틀이탈리아의 조무라기 갱스터들의 얘기인 「비천한 거리」(73년)는 스콜세지의 출세작. 여기서부터 그의 작품주제인 폭력과 섹스 죄의식과 믿음과 의심에 대한 불안이 반영되고 있다. 또 폭력적이요 신경질적이며 편집광인 그의 주인공들과 긴장감과 힘이 가득한 작품스타일도 모두 이 작품에서 나타난다.

 80년대 최고작이라 불리는 흑백 「성난 황소」(80년)는 겉으로는 권투영화이지만 사실은 폭력에 관한 어두운 고찰인데 「좋은 녀석들」(90년)과 「케이프 피어」(91년)도 마찬가지다. 「순수의 시대」(93년)도 감정의 폭력을 섬세히 묘사한 작품이다. 예수를 인간적으로 해석해 기독교계의 들끓는 비판을 받은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88년)은 스콜세지다운 종교영화.

 70년대 할리우드를 장악한 대학영화학파중 한사람인 뉴요커 스콜세지는 할리우드 돈으로 영화를 만들면서도 결코 이들 기득권층에 합류하지 않고 있다. 그러기에는 너무 비타협적이고 도전적이며 대담하고 예측불허한 사람이다. 그래서 아직까지 아카데미상을 못받았는지 모른다.【미주본사편집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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