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 93회계연도(92년10월1일∼93년9월30일)중 미국에 1천7백65명의 아동을 입양시켜 여전히 세계최대의 「고아수출국」으로 드러났다는 소식(12월9일자 본보 2면)은 정말 서글프다. 한국입양아는 전체의 24%로 2위는 구소련 15%, 3위는 과테말라 7%이며 한국아동들의 연령은 1세미만이 1천6백12명, 1∼5세 1백21명, 5세 이상이 32명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한국에서는 1만4백2명이 죽었다. 역시 세계 최상위권의 사망률이었다.
대형사고로 점철된 한해를 마감하면서 우리의 위상을 생각해보고 싶다. 일부 외국 언론의 조롱 속에서 고국의 불행한 소식에 접한 교민들은 아시안게임 마라톤 금메달로 드높았던 기세가 여지없이 짓밟혔다고 한다.
정원을 초과한 충주호유람선, 상시관리를 외면한 성수대교와 마포 가스관…. 기자는 고아수출이나 교통사고나 대형사고나 공통되는 인자는 한 가지, 인간경시―인도주의의 결핍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것은 영등포시장 앞길에서 택시에 치인 여인의 전대에서 흘러나온 돈을 줍기에 혈안이 됐던 비정한 시민들, 취득세·등록세등 국민복지에 쓰일 세금을 자기 가게의 무슨 외상값인양 챙겨먹은 세무공무원들, 푸른 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로 돌진하면서 높은 교통사고 사망을 자랑하는 우리 운전풍토에서 그대로 표출된다.
단일민족을 자랑하며 향우회다, 동창회다, TK다 PK다, 온갖 지연과 혈연과 학연을 찾아 2중 3중으로 친목의 겹울타리를 치는 사람들이 어째서 자기 핏덩어리들은 해마다 수천명씩 밖으로 팔려나가도 방관하는 것일까. 몇년전 프랑스 리베라시용지는 벨기에의 한국 입양아를 회견했는데 20대의 여자입양아는 6세일쯤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게 『침을 뱉고 싶다』고 절규했다.
개인이나 집단이나 경제발전의 목표는 인간을 상실케 하려는게 아니다. 자동차가 늘어날수록 삶이 각박해진다면 그 사회는 허구의 모래성일 수밖에 없다. 고아를 파는 나라는 경제대국이 되기도 어렵지만 문화대국이 되기는 더욱 어렵다. 달라지지 않으면 올해가 그런 것처럼 새해도 밝을 수가 없다. 장밋빛으로 채색하는 2000년대는 더욱 그렇다. 모두가 한 울타리로 거듭나야 하리라.<여론독자부장>여론독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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