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위서 실력대결직전 여야 긴박한 협상/야 「7대농촌대책」 추후 전향검토선서 양보 순탄한 항로를 보여오던 국회가 15일 WTO비준안을 둘러싸고 한때 위기상황에 들어갔다가 극적으로 탈출구를 찾아냄으로써 「해피엔딩」을 맞게 됐다.
○…이날 낮 12시까지만 해도 국회는 「브레이크없는 차」처럼 달려갔다. 여당은 12시로 예정된 외무통일위에서 WTO비준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야당은 실력저지를 위해 회의장에 진을 쳤다. 전날 UR이행법안에 대한 여야합의를 어렵게 끌어낸 나웅배위원장은 다시 농어촌지원대책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야당측에 화를 내며 강행처리의지를 보였다.
민주당의원 40여명이 외무통일위회의실에서 민자당의 단독처리에 대비하는 동안 막후에서는 여야간 절충이 숨가쁘게 진행됐다. 김상현고문등 야당중진들이 대여협상실무대표인 김영진의원을 구석으로 불러 은근히 설득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나위원장은 회의장으로 찾아온 민주당의 신기하총무와 20여분간 밀담을 나누기도 했다. 이어 황락주국회의장이 하오 1시30분에 여야총무를 의장실로 불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야는 12시20분부터 휴전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 민자당의 이한동총무는 상오 10시40분께 신민주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WTO강행처리방침을 통고했다. 전날 외무통일위 소위에서 UR이행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합의했는데 다시 전제조건을 들고나온 것은 「배신행위」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총무는 이어 11시께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여당입장을 공식발표했고 동시에 강행처리를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여당의 움직임에 따라 야당도 곧바로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신총무는 급히 여당의 입장을 이기택대표에게 보고하고 긴급의원총회를 소집했다. 11시30분에 열린 회의에서 민주당의원들은 일단 실력저지를 결의하고 즉시 외무통일위로 집결했다. 그러나 야당내에는 이미 협상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임시국회소집까지 거의 합의한 마당에 지엽적인 문제로 국회를 파탄시켜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주류를 형성했다.
민주당의원들이 긴급회의를 하는 동안 이협수석부총무는 민자당의 권해옥수석부총무를 급히 찾았다. 외무통일위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권수석은 『야당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어렵다』며 난감해 했다. 여야가 긴박하게 협상을 진행시키는 동안 황의장의 총무회담 중재로 일단 정면충돌은 연기됐다.
○…하오 1시께 민주당이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하면서부터 분위기는 급전되기 시작했다. 여야는 막후접촉을 통해 야당이 WTO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던 7대 농어촌지원대책을 추후 전향적으로 검토키로 한다는 방향으로 물길을 잡았다. 여당총무단의 표정도 이때부터 밝아지기 시작했고 야당은 1시30분부터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비슷한 입장을 정했다. 하오 2시 황의장 주재로 열린 총무회담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여당은 지방자치법의 임명제청권부분을 양보했다. 30분만에 회의가 끝나자 양당총무는 환한 모습으로 의장실을 나섰다.
이총무는 『어제만해도 정치를 계속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었다』면서 『야당총무단이 애쓴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신민주총무는 『무엇보다 국회가 여야합의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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