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행태는 오래전부터 정평이 나 있지만 특히 최근 일련의 모습은 실로 기이하기 짝이 없다. 그것은 김일성이 사망한지 5개월이 넘도록 아직도 후계체제를 갖추지 않은 것, 그리고 조문금지에 대한 사과를 남북대화의 조건으로 고집하고 있는 것, 또 그들이 그토록 열망했던 남측기업인들의 북한방문을 느닷없이 거부하고 나선것 등이다. 이같은 비상식적인 태도에 대해 북한의 권력서열8위인 김영남부총리겸 외교부장이 독일의 유력지와 인터뷰를 통해 해명했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는 김정일이 권력을 공식 승계하지 않고 있는 것은 부모가 돌아가면 3년간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 전통예법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3년간 권력공백상태를 지속시키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김영남은 남북대화의 재개에 대해 김일성사망때 남측이 조문을 불허하고 전군에 비상경계령을 내린것은 반민족적·반인간적 범죄행위라며 사과해야만 가능하다고 되풀이 주장했다. 6·25남침으로 수백만의 동족을 살상케 한 범죄자에게 조문운운하는 것도 난센스이거니와 과거 4·19, 5·16, 광주사태때 적화의 기회가 왔다고 북한이 흥분, 법석을 떨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왜 설명이 없는지 궁금하다.
이밖에 남측의 대북 경제협력활성화 방침을 두고 김이 국가보안법폐지를 또다시 강변하는 것은 수상하기 짝이 없다. 북한은 보안법이 저들의 남침과 적화목표때문에 만들어졌고 적화를 포기할때 이법은 자연히 폐지하게 될 것임을 잘 알면서도 억지를 부리는 것은 남측을 중상하려는 저의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김영남의 회견은 독일등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제스처이지만 내용을 보면 그들이 남측에 대해 강경자세를 견지하는 속사정을 감지할 수 있다.
하나는 핵카드를 구사하여 어렵게 얻은 「북·미 핵합의」, 즉 미국과의 관계개선과 경수로원전지원및 경제협력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혹시나 한국이 제동등 어떤 영향력을 작용하지 않을까 매우 경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 기업인들의 방북을 연기 또는 거부한것은 북한체제가 아직 내부정돈이 되지않았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남측 기업인들의 잇단 방북이 추진될 경우 당·정·군 및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등에 사뭇 신경을 쓰고 있으며 또 실제 경제협력을 할 수 있는 수용태세를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북한에 대해 정부는 대화와 경협을 결코 서두를 필요가 없다. 대화가 안될 경우 경수로건설과 대미관계개선은 늦어질 것이고 경협도 내부정돈이 어느 정도 끝난뒤 새해에 들어서면 열심히 손짓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체제정비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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