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편집국장,아빠·자녀는 기자/다함께 참여… 화목·가정교육 “절로” 연말을 맞아 온가족이 함께 모여 지나온 한해를 되돌아보고 신년을 알차게 설계하기 위해 가족신문을 만드는 가정이 확산되고 있다.
가족신문은 한가정의 살아가는 모습을 생생히 엮어놓은 가족사의 산 기록일 뿐만 아니라 이웃이나 먼 친지들에겐 정다운 소식지이자 청정제 역할을 한다.
발행주기 판형 인쇄방법 편집등 겉모양은 제각기 다르지만 「한해를 총결산하고 새해의 각오를 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연말에 만들어지는 가족신문이 더욱 빛을 발한다.
「우리집에서도 신문이 나와요」(여성사간)의 저자이면서 어린이도서연구회장인 곽정란(38·여)씨는 『세모가 되면 각종 송년모임에 참석하거나 선물을 장만하느라 실속없이 흥청대고 들뜨기 십상』이라며 『온가족이 둘러앉아 가족신문을 만들어 보면 가정의 화목은 물론 자녀교육에도 큰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가족신문은 한해동안 치러진 가족·친지의 관혼상제에서부터 상호간에 하고 싶은말, 자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가문의 역사이야기, 가족들이 직접 쓴 시 수필 소설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내용들로 꾸며진다. 자녀의 생일이나 휴가때 찍은 사진중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것을 골라 붙이거나 그림을 간간이 곁들이면 훗날 당시의 일들을 더욱 생생하게 해준다.
형제나 고부간 갈등의 원만한 해결책, 좌절을 겪고 있는 자녀에게 부모들이 주는 따뜻한 위로, 가족문제에 대한 진솔한 토론등 좀더 나은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한 삶의 편린들도 담아낼 수 있다.
가족신문이 제대로 나오려면 기사취재에서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가족구성원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 가족신문을 만들고 있는 가정들의 경우 대부분 엄마가 편집국장이 되고 아빠와 자녀들은 기자로 활동한다. 흔히 아빠들이 직장일을 핑계로 기사취재에서 원고제출에 이르기까지 말썽을 피우곤 하지만 막상 신문이 나오면 제일 뿌듯해 한다.
경기 시흥시 신천동에 거주하는 주부동아리 「동화을 읽는 어른모임」 회원 16명은 1∼2년전부터 가족신문을 꾸준하게 발행,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들이 제작하는 신문의 제호는 「방글」 「무지개」 「해돋이」 「신나는 신문」 「상록수」 「한울타리」 「추억만들기」 「한마음」 「미연이 집」등 무척 다양하면서 정감이 넘쳐 흐른다.
「해돋이」 편집장을 맡고있는 김영심(36)씨는 『창간호의 제호를 무엇으로 정할 것인지에서부터 가족들이 머리를 맞대 끈끈한 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송년호를 뜻있고 재미있게 꾸미기 위해 모두가 자료수집등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무지개」를 발행하고 있는 김명순(30)씨는 『남편과 6,7살짜리 두자녀와 함께 신문을 만들어 오다 이번 송년호부터 친정쪽 7남매가 모두 참여하는 「7남매 무지개신문」을 계간으로 발행키로 뜻을 모았다』면서 23일 열릴 편집회의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가족신문은 한 가정의 타임캡슐이자 꿈과 포부를 담아내는 둘도 없는 그릇』이라고 평하는 「신나는 신문」의 김양미(36)씨는 『아이들에게 「뿌린만큼 거둔다」는 인식을 갖도록 채택되는 원고에 한해 장당 5백원의 원고료를 용돈으로 지급, 교육적 효과도 그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7일 결혼 10주년을 기념, 전격적으로 가족신문 「만경댁네」창간호를 만든 후 지금까지 5호를 발행해 온 손창성(40·경기 과천시 부림동)씨 가족은 지난달 15일 편집회의를 갖고 결혼 11주년이 되는 17일 이웃의 훈훈한 화젯거리를 중심으로 송년호를 발행한다. 손씨 부인 박정숙(35)씨는 『가족신문은 아이들에게 글쓰기와 독서교육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겉모양이나 형식보다는 가족의 산역사를 기록하면서 화목과 결속력을 다지는 데 일차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86년부터 청송심씨 안효공파(청송심씨 안효공파)의 가족신문 「청송」을 발행해 온 심석일(45·서울 구로구 개봉1동)씨는 현재 1천5백여부를 제작, 4백여부는 친지들에게 배포하고 나머지는 도서관등에 보내고 있다. 심씨가 그동안 15호까지 발행하면서 가장 잊지 못하는 1면 특종은 86년 30여년간 헤어졌던 5촌당숙을 발로 뛰면서 직접 취재, 극적으로 상봉한 사연. 심씨는 『사회의 모든 질서는 가정에서 시작된다는 신념을 갖고 자라나는 2세들에게 충효사상을 심어주기 위해 가족신문을 발행하게 됐다』며 『이번 송년호에는 「95년을 부모 찾아뵙는 해」라는 캠페인성 기사를 실었다』는 말도 덧붙였다.【김성호·김동국기자】
◎어떻게 만드나/그림·사진 곁들이고 친척·동네소식란도 함께/이름 정한후 편집회의서 전체지면구성 계획
거창하게 신문이란 이름이 붙긴 하지만 가족신문을 만들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가족 모두의 참여의욕과 열성이 있으면 된다.
가족신문(또는 가족지)을 만들자는 의견이 모아지면 신문이름을 정한다. 신문이름은 가족의 개성 가치관 주장등을 집약해 나타내면서 알기 쉬운 것이 좋다. 「푸른동산」 「거북이」 「한진이네」등 친숙한 꽃·동물이름이나 가족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이름이 정해지면 우선 가족이 둘러앉아 신문의 전체 얼개짜기인 편집회의를 한다. 가족회의와 마찬가지인 편집회의에서는 가족 각자의 계획, 생활하면서 느낀 점, 주변에 일어난 일등을 자연스럽게 얘기하면서 실을 기사를 기획하고 각각에게 할당한다. 이외에도 지면수, 발행기간, 발행부수등을 정한다.
지면수는 한 사람당 8절지 2쪽 분량으로 소박하게 시작해 발행횟수를 거듭해 가면서 서서히 지면수를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행기간은 가족뿐 아니라 주변 친척 이웃과 돌려보는만큼 일정하게 정하는 것이 좋다.
신문에 쓸 기사가 모아지면 지면꾸미기에 들어간다.
보통 기사는 크게 부모란 자녀란 친척소식 주변얘기등으로 나누며 가족들이 중요하고 재미있는 기사를 정해 적당한 지면에 싣는다. 신문의 표지엔 자녀들이 직접 그린 재미있는 그림이나 계절에 어울리는 사진, 오래 기억될 가족사진등으로 꾸민다.
부모들은 부모란을 통해 평소 부부간 또는 자녀들에게 하고 싶은 말, 옛날 경험, 추억과 아이들의 궁금증을 편지형식으로 얘기한다. 자녀란의 경우 자녀들이 쓴 동시나 일기, 그림, 부모님께 하고 싶은 얘기, 학교생활등을 싣는다.
이외에도 친척들 근황, 동네에서 일어난 일, 친척이나 이웃이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등을 싣고 가족 모두가 음미할 만한 시나 명구등을 기록한다.
지면꾸미기가 끝나면 마지막으로 작성된 지면을 꼼꼼히 검토하고 적당한 수를 복사하거나 인쇄한 뒤 친척과 함께 보고 싶은 이웃에게 나눠준다.【김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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