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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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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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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를 참으면 병이 된다는 정신의학연구결과가 최근 국내에서 나왔다고 한다. 예부터 알려져온 화병 또는 울화병의 존재가 새삼 상기된다. 화를 낸다는 건 불꽃처럼 성질이 타오르는 걸 뜻하기에 사람이 화를 내면 혈압도 덩달아 오르는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문제는 그런 화를 터뜨리지 못하고 참을 때 혈압이 오히려 더 올라 더 위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고보면 엊그제 나온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위 선진국형이라는 사망원인중 뇌혈관질환이 사망의 두번째 큰 원인, 고혈압이 여섯번째 원인이 되고 있음이 생각난다. 물론 짠 음식을 선호하는 식생활탓도 있겠다. 하지만 예부터 한의 민족이랄 정도로 역사적으로 뿌리깊은 인내와 화 삼키기의 오랜 세월이 그런 연구결과와 통계를 낳은 것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오늘의 생활주변을 둘러봐도 역사적 한에 겹쳐 화를 돋울 일들이 넘쳐 흐른다. 아슬아슬한 교통·공공시설에다 세도등의 도둑천지가 사람들을 무한정 조바심으로 떨게하면서 울화마저 치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아현동 가스참사만해도 무자격자에 의한 설비와 안전점검, 부실불량 가스관과 밸브사용, 원격감시 및 제어장치의 무용지물화로 안전통제 자체가 불가능하다지 않는가. ◆화를 주역에서는 오행의 둘째로 꼽아 변화의 덕을 맡는다고 한다. 스트레스학설로 풀이하자면 범적응증후군이 된다. 결국 문제는 화를 어떻게 적절히 풀어주느냐는데로 귀결된다. 화낼 일부터 없으면 가장 좋으련만 그렇질 못하기에 마음의 수양을 쌓거나, 하다못해 접시를 깨고 노래라도 소리높이 불러야 할 답답한 시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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