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총리가 14일 서울에 왔다. 라빈총리는 4일간의 방문일정을 통해 김영삼대통령을 비롯한 한국의 여야정치지도자들을 두루 만나는 동시에 경제단체장등 주요 기업인들과도 일련의 접촉을 가질 예정이다. 한국과의 관계개선이라는 외교적 목적과 아울러 경제협력확충이라는 두가지 측면을 그의 방문에서 읽을 수 있다. 라빈총리의 방한은 양국관계의 역사전개에 남을만한 계기가 될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또한 한국―이스라엘의 쌍무관계를 떠나서 한국의 대중동외교에서도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라빈총리의 이번 방한이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실로 오랫동안 양국관계가 너무 소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외교관계가 수립된지는 30년이 넘었지만 실질적인 관계나 교류는 별로 없이 겨우 명맥이나 유지해온 형식적인 관계에 불과했던 것이다. 한국은 석유공급이나 해외건설진출등 경제적인 사정으로 이스라엘과 적대관계에 있는 아랍 일변도의 외교정책을 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도 한국의 불가피한 사정을 이해한듯 한국의 외교노선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평하거나 항의하는 일 없이 인내로서 꾸준히 견뎌 왔다. 그 때문에 지금 라빈총리의 방한이 더욱 한국의 환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수교 2년뒤인 64년 서울에 대사관을 개설했으나 78년 자의반 타의반으로 철수해야했던 과거를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73년 제2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아랍측이 석유와 건설진출등을 볼모로 한국에 대해 이스라엘과의 관계축소를 요구해온 결과였다.
그로부터 14년동안 양국관계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이스라엘과 아랍간의 평화의 물결을 타고 양국은 옛날의 우호관계를 다시 회복하기 시작했다. 철수했던 이스라엘 대사관이 92년 서울로 다시 돌아왔고 금년 3월에는 한국의 상주대사가 사상 처음으로 텔아비브에 부임했다.
이러한 화해의 봄바람을 타고 이번에는 라빈총리가 날아온 것이다. 양국관계의 역사를 통틀어 볼때 국가수반의 공식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빈총리는 그동안 협상을 통한 평화론을 꾸준히 주창해온 지도자로 작년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상을 성공시켜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제 그를 맞은 한국은 이스라엘과 아랍에 대해 균형외교를 펼수있는 계기를 잡은 셈이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제진출교두보로 한국을 지목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앞으로 서로가 좋은 경협 파트너로 성장할 수 있게 관계를 증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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