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료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암은 더 이상 불치의 괴질로 남아 있지는 않으나 가장 무서운 고질인 것만은 여전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93년 한국인의 사인 분석에 따르면 사인분석이 가능한 연중사망자 21만7천여명중 암사망자가 21.4%, 인구 10만명당 1백12.2명으로 1위며 뇌혈관 질환이 83.8명으로 2위, 불의의 사고가 64.7명으로 3위로 나타났다. 암은 지난 10년 이래 계속해서 사인 1위에 올라 왔으나 암사망자가 최근 10년 사이 2배나 많아졌고 그 희생자 역시 10대의 청소년층에서 70∼80대의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으로 확산된 것으로 나타나 암에 대한 경각심과 공포를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
암이 사인 1위에 오른 것은 선진국형이라고도 한다. 이제까지 불치의 난병으로 불리던 질병이 첨단의술에 의해 차례로 치유되고 암이 아직도 완전히 정복되지 못한 영역으로 남아 있으므로 의술이 발달한 선진국일수록 여타 질병에 의한 사망자의 수가 줄어들고 암에 의한 사망자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렇기는 해도 통계청이 매년 사인분석을 발표할 때마다 새삼 절감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폭넓게 퍼져 있는 건강불감증과 생명경시현상이다. 40대 남자의 간암사망률 세계 1위, 위암사망률 세계 3위, 교통사고사망률 세계 3위등이 바로 이를 말해주고 있다.
아직도 암의 발병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과로와 폭음을 피하고 평소 건강에 유의만 한다면 병마의 침입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대 남자들의 간암발병률과 사망률이 세계 1위인 것은 사회의 중추를 이루는 40대 중년남성이 평소에 심한 스트레스를 느낄 정도로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각박하고 살벌하며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그같은 사회분위기의 개선에 힘쓰지 않고 과로와 무리를 거듭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불의의 사고사가 많은 것도 일련의 참사가 중첩된 결과이지만 교통사고사망률이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에 이어 세계 3위인 것도 부끄러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70대 이상의 노년을 제외하고 10대에서 60대까지 전 연령층의 사망비에서 남자가 여자를 크게 압도하고 40대에서는 거의 3배에 가까운 것은 건강불감증이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더욱 심각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주어진 수명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고 비명횡사하거나 병마에 굴복하는 것은 자신은 물론 공동체를 형성하며 고락을 같이 하는 혈육 가족등 주변에도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인 만큼 질병과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나 자신의 건강과 가족의 행복, 그리고 사회의 번영을 이루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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