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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 법정은 “첨단 전자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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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 법정은 “첨단 전자쇼”

입력
1994.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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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대신 비디오·CD롬등 동원 심문과 변론 미국인들의 식을 줄 모르는 관심속에 진행되고 있는 오 제이 심슨 사건 재판은 「스포츠스타」 「미모의 전처와 정부」 「살인」 「인종갈등」까지 세인의 흥미를 끄는 요소들로 가득차 있다. 배심원선정작업을 마치고 본격적인 재판에 들어가게 되면 여기에 「최첨단 하이테크」라는 요소가 한가지 더해질 전망이다. 판사 검사 변호인이 두툼한 서류뭉치 대신 컴퓨터 비디오 레이저디스크 CD롬 컴퓨터그래픽 및 애니매이션 등 각종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총동원, 심문과 변론을 펼칠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종이없는 법정」의 진수를 보여줄 심슨재판에는 크게 두가지 컴퓨터시스템이 등장한다. 먼저 입회서기가 기록하는 모든 재판진행과정이 판사 원고 피고 앞의 컴퓨터화면에 그대로 나타나는 CIR(COMPUTER INTEGRATED REPORTING)시스템. 재판당사자들은 재판기록은 물론 재판과정을 담은 비디오화면도 볼 수 있다. 

 CIR가 재판기록에 국한된 시스템이라면 심슨재판에 등장할 또하나의 하이테크 IPS(INTERACTIVE PRESENTATION SYSTEM)는 원고와 피고가 능동적으로 배심원들을 설득하는 시스템이다. 컴퓨터그래픽 및 CD롬 비디오등을 연결·합성함으로써 각종 시각자료를 전달하고, 전자펜을 사용해 자료에 줄을 긋거나 주석을 달고 글과 화면을 혼합하는 작업을 즉석에서 할 수 있다. 원고와 피고는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언제라도 상대방이 제출한 기록을 화면으로 불러내 검토할 수 있다. CIR와 IPS는 별개의 장치가 아닌 같은 컴퓨터의 화면을 통해 제공된다. 판사는 자료들을 사전에 화면을 통해 심사, 채택여부를 판단하고 「킬 스위치」를 통해 배심원이나 방청객들이 봐서는 안될 내용이 실수로 화면에 나타날 경우 화면을 꺼버릴 수 있도록 해 재판과정에 대한 통제권을 갖게 된다.

 현재 미국 전역에 걸쳐 20여개 법정에서 초보적인 시험운영단계에 있는 IPS가 이번 심슨재판에 본격적으로 채택되게 된 것은 TPT사라는「증거자문회사」(EVIDENCE CONSULTANT COMPANY)의 노력 때문이다. 증거자문회사란 재판당사자들이 첨단 컴퓨터를 효과적으로 이용,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종업체. 심슨재판이 IPS보급확대에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한 TPT사는 15만달러(한화 1억2천만원)에 달하는 IPS시스템을 공짜로 설치하는 것은 물론 운용전문가까지 돈 한푼 받지 않고 제공키로 했다.

 법조계에는 법정에 이러한 하이테크가 도입되는데 대해 『신성한 법정을 「전자쇼」무대로 만들고 컴퓨터의 위력을 빌려 진실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인비전사 토비 스미스 부사장은 『IPS는 사실을 왜곡하자는 것이 아니고 배심원이나 판사의 이해를 도움으로써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에 도움을 주자는 것』이라며 「종이없는 법정」이 머지않아 일반화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뉴욕=김준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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