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의 과동창회에서 별세한 교수를 기념하는 장학금을 모금하려고 했는데, 뜻밖에 그 과의 교수중에서 조심스런 반대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요즘 학생들은 장학금을 받아도 그것이 어떤 돈이며, 누구를 기념하는 것인지 거의 관심이 없다. 액수가 적은 장학금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 교수님은 오래 투병하면서 치료비가 많이 들어 사모님이 매우 어려운 형편인데, 동창들이 적은 돈이라도 차라리 사모님을 도와드리라고 권하고 싶다』
일류대학일수록 대개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학생들은 누구에게 감사해야 할지 관심이 없는채로 장학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마음만 먹으면 아르바이트로 상당한 돈을 벌수있기 때문에 장학금에 대한 고마움이 전보다 약해지는것 같기도 하다.
몇해전 나는 한 대학생의 편지를 받은적이 있는데, 자기를 위해 칼럼을 써서 독지가를 찾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자기는 대입학력고사에서 몇점을 받은 수재로 한국에서 가장 커트라인이 높은과에 합격했고, 한평생 사회발전을 위해 헌신할 생각인데, 집안형편이 넉넉지 못하니 도와줄 사람을 찾아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수재이므로 당연히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그의 사고방식은 어이가 없었는데, 그런 생각으로 거만하게 장학금을 받는 학생이 있어서는 안될것이다.
작년연말에 14억원 상당의 재산을 서울대에 장학기금으로 기탁했던 윤전수씨(77·서울 북아현동)부부가 지난 12일 장학금 수혜학생 10명과 만나는 장면은 참으로 보기 좋았다.윤전수 할아버지는 국민학교를 중퇴하고 목수일·식당일을 하면서 모은 재산을 내놓았는데, 그 돈에는 그들 부부의 못배운 한뿐 아니라 가난때문에 자녀 4남매중 한명도 대학에 못보냈던 한이 담겨 있었다.
학생들은 그날『이자리에 올때까지 내가 받은 장학금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직접 두분을 만나 그 돈이 얼마나 귀한 돈인지 알게 됐다. 배움에 대한 두분의 열정에 보답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약속하여 노부부를 기쁘게 했다.
감사하는 마음 없이 장학금을 받은 젊은이들이 사회를 위해 헌신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감사없이 남의 도움을 받은 사람이 훗날 남을 돕는 사람이 되리라고 기대하기는 더 어렵다. 장학금의 목표는 학비보조나 인재양성의 차원을 넘어 젊은이들의 마음에 선의의 씨앗을 심어줌으로써 우리 사회에 더 많은 선의를 전파시키는 것이다. 대학들은 장학금뿐 아니라 모든 기부금의 관리에서 기탁자의 정신이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학마다 학교 발전기금 모금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감사할줄 모르는 이기적인 기능인 양성에 그 돈을 쓴다면 섭섭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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