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지역 반러·이슬람 연합전선 가능성/러 국내선 옐친 강경지속 걱정 러시아의 체첸 침공은 「체첸의 독립」이란 급한 불을 끌 수 있을지는 몰라도 다방면에서 상당한 후유증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체첸을 중심으로 한 주변일대에 골치아픈 민족분규를 촉발시킬 것이 우려된다. 무엇보다 다게스탄 남부에 살고 있는 체첸인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며 스타브로폴에 거주하는 코작족들도 자기네 지역이 이번 침공의 전초기지로 이용된 것과 관련, 러시아에 대한 감정이 심하게 상했다. 평소 러시아에 대해 반감을 갖고있던 잉구세티아와 압하지아 일대 주민들도 이번 무력침공을 계기로 체첸과 더불어 반러시아 연대투쟁을 도모할 공산이 크다.
특히 이번 군사개입이 지루하게 장기화해 러시아가 질질 끌려다니는 형국이 될 경우 체첸및 주변지역에 자칫 반러시아및 이슬람연합전선이 조직적으로 구성되는등 러시아에 대한 민족저항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또한 러시아의 국내 정치적 측면에서도 이번 침공은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리스 옐친대통령으로서는 무력침공이란 극단적 수단까지 동원한 체첸사태가 조기에 진화되지 않을 경우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권력기반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될 우려가 있다. 극우민족주의자인 지리노프스키를 비롯한 반옐친세력들은 체첸사태를 결정적인 정치적 호재로 보고 있다. 옐친대통령이 이번에 무력진압 수단을 선택한 배경에도 이같은 복잡한 정치적 상황이 토대에 깔려 있는 것이다.
한편 러시아의 개혁파 인사들은 옐친이 이번 사태를 빌미로 권위주의적 통치체제로 선회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 옐친으로서는 어차피 무력을 동원한 이상 체첸문제에 끝장을 보려할 것이고 그같은 조치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간에 그 여세를 몰거나 또는 그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국내 정책에서 강경한 무리수를 둘 염려가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군사력 동원은 옐친으로서는 심사숙고끝에 취한 고육지책인 셈인데 향후 국내외적 정치향방을 결정하는 매우 민감한 조치임에 틀림없으며 성패여부에 따라 옐친의 정치입지및 러시아의 정국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옐친의 도박이 과연 성공을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두다예프 체첸대통령/91년이래 줄곧 “독립”추구… 러 눈밖에/협보단 게릴라·외국망명 택할지도
러시아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조하르 두다예프 체첸대통령(50)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공군사관학교를 나온 구소련 공군소장 출신인 그는 러시아의 은밀한 지원을 받아 91년 대통령으로 선출됐으나 그 후 체첸의 독립을 주도하며 러시아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어왔다. 특히 지난해 체첸 의회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총리등 정적들을 축출하는데 성공한 후 반러시아 기치를 공개적으로 내걸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러시아의회 유혈사태 이후 신헌법이 제정되고 의회선거가 실시되었는데도 이에 참여하지 않았고 러시아연방에도 가입하지 않는다고 밝혀 옐친대통령을 분노케 했다. 그는 3백∼5백명 규모의 대통령경호대를 창설해 자신의 신변보호와 정권유지의 방패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는 그로즈니시가 러시아군에게 함락될 경우 산악지역으로 피신해 게릴라 활동을 주도하거나 외국으로 망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협상을 통해 정권을 유지하려고 시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워낙 러시아의 눈 밖에 난 인물이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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