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당 “후보감 없다” 초상집 분위기/“발라뒤르 손해·시라크 이익” 분석도 자크 들로르유럽연합(EU)집행위원장(69)이 내년 프랑스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하는 순간 우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불출마 선언 직후 실시된 TV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67%는 『이제 우파가 엘리제궁(대통령궁)을 접수하게 됐다』고 답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좌파는 끝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사회당으로서는 들로르가 유일한 대안이었다. 또한 그는 정파를 막론하고 가장 강력한 대통령후보감이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들로르가 대선에 나서면 결선투표에서 공화국연합(RPR)의 자크 시라크(파리시장)와 에두아르 발라뒤르(총리)를 61대39와 53대47로 각각 물리칠 것으로 전망됐었다.
우파는 벌써부터 「후보의 난립」이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1차선거(4월23일)에서는 발라뒤르와 시라크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탈락하겠지만 결선투표(5월7일)는 어느쪽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들로르의 불출마는 발라뒤르에게는 손해가, 시라크에게는 이익이 된다는 게 정설이다. 발라뒤르총리가 그동안 호소력을 가졌던 것은 들로르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들로르가 빠진 지금 이러한 이점은 사라진 반면 시라크는 우파를 분열시킨다는 비난을 받지 않고 발라뒤르에 대한 공세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됐다.
반면 사회당은 초상집 분위기다. 자크 랑전교육·문화장관(55)은 들로르의 불출마선언에 대해 『그에게 모든 희망을 걸었는데 이해할 수 없다』며 『미친 짓』이라고 개탄했다. 앙리 엠마뉘엘리사회당당수(49)는 『사회주의는 죽지 않았다』며 내년 1월말 비상 전당대회를 열어 후보를 선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맥빠진 목소리였다. 들로르만한 후보감이 없기 때문이다.
엠마뉘엘리는 극좌 이미지에 불법 당기금 모금 혐의로 재판을 받게 돼 있고 미셸 로카르전총리(64)는 지난 6월 유럽의회선거에서 사회당이 참패한 데 책임을 지고 당수직을 내놓았다. 랑전장관은 외교와 경제분야에 경험이 전혀 없고 피에르 모루아사회주의인터내셔널의장은 지난 81∼84년 총리 재임시절 경제를 위기에 빠뜨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들로르의 대선 불출마로 프랑스의 대선가도는 다시 재정렬기간을 거치게 됐다.【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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