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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일본인과 노벨상/백우영 문화1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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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일본인과 노벨상/백우영 문화1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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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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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작가로서 처음 이 자리에 선 가와바타 야스나리(천단강성)는 「아름다운 일본의 나」라는 강연을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 경애하는 선배의 흉내를 낼 수 없습니다. 나는 오히려 「애매한 일본의 나」외에는 이야기드릴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금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대강건삼랑)는 10일의 시상식에 앞서 7일 스톡홀름의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수상기념강연을 했다. 강연 전체내용은 그의 소설처럼 난해하다. 그러나 내용자체는 제목처럼 「애매」하지 않다. 인류의 장래, 문학의 미래를 내다보는 작가의 폭넓은 시야로서 새로운 일본인의 모럴을 제시하고 있다. 「눈(설), 달(월), 꽃(화)」이라는 일본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일본어로 표현한 가와바다의 기념강연과는 달리 오에 겐자부로는 「아시아와 히로시마·나가사키의 희생자를 배신할 수 없기에 군사적 평화관리에 적극적이지 못한 일본」과 「근대화의 폐허에서 보편적인 인간성을 지향하며 인류 전체의 피해를 아프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는 일본인」에 대해 영어로 강연했다. 그는 이런 일본인상을 「우아한 일본인」이라고 표현했다.          

 오에의 「우아한」 강연초록을 보면서 지난 11월 말 스톡홀름에서  만난 스웨덴펜클럽 부위원장 유진 쇼울긴씨의 말을 생각했다.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에 접근하기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어로 번역된 한국작품은 물론 영어나 불어 등으로 제대로 번역된 것도 본 적이 없습니다』 

 쇼울긴부위원장에 의하면 영어로 번역된 작품이 있어도 필요할 때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지적한 노벨상의 강대국 편중, 제3세계의 안배, 아시아국가의 경시에 대해서는 가벼운 미소로 대답했다. 오히려 한국문학의 수준이 아직 낮은 게 사실 아니냐며 빼어난 작가가 있다면 자기들이 읽고 평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역주문했다. 그는 이를 위해 국제적으로 많이 쓰이는 서양어로 문학작품을 번역·출판하고, 가능한한 상설판매 서점이나 전시장을 둘 것을 제의했다.  

 쇼울긴씨의 말을 새기면 노벨문학상을 타기 위해서는 스웨덴어로 번역하는 일이 제일 급하다. 그것은 스톡홀름 서점에 나붙은 오에 겐자부로 번역책의 전단을 보면 확실하다. 오에의 작품은 이미 3권이나 출간돼 스웨덴 문학도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고 곧 1권이 출간될 예정이었다.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한국작가가 「우아한 한국인」을 논하려면 우리도 실질적인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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