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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의 요체와 기대(이현재칼럼/화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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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의 요체와 기대(이현재칼럼/화요세평)

입력
1994.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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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연시가 되면 관변이나 경제계나 대폭적인 인사가 있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역년과 아울러 회계연도, 행정연도등이 동시에 종료·개시되고 구연도의 조직이나 조직원의 공과에 대한 결산평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효율높은 신년도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이 때가 가장 적절한 인사시기인 때문이다. 정부의 경우 정기국회가 폐회되고 신년도 예산이 성립되면 고위직의 인사와 연쇄적인 인사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은 그와 같은 관례적인 사유보다도 정부조직및 직제의 대폭적인 개편, 현정부의 집권 중간년에 해당하는 연도 진입, 그리고 국내외 정세의 급속한 변화에 따른 대응등 중요 요인들이 중첩되어 개각을 포함한 폭넓은 인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번에 예상되는 주요 인사는 시기와 상황의 중요성에 비추어 정부출범 때에 못지 않게 큰 기대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느 모로는 새 정부였던 만큼 정보부족과 정부운영의 경험이 없었던 출범초 인사보다도 이번 인사에 대한 실용성과 성숙성을 훨씬 더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행정학이나 경영학과 같은 관리학적 기초에서보다는 감각적으로 이런 생각들을 해 본다. 즉 불문헌법이거나 1백년 2백년 전에 제정된 헌법이나 기타 법률을 가지고도 국가 사회가 훌륭하게 운영되는 나라들도 있다. 그것은 많은 법이나 제도적 장치보다도 국민 성숙성과 적재적소의 두뇌와 인력배치의 소산이라 할 것이다. 형식이 실질을 규정한다고도 하거니와 제도가 국민을 관숙시키는 측면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되 역시 인간사회인지라 국민의식이 성숙되고 기량있는 인물들에 의한 사회 유도가 바탕이 되어야만 할 것으로 믿어진다.

 우리는 아직 선진국들만큼 고도의 사회적 조직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하겠다. 고도로 조직화 구조화한 사회, 그리고 국가에서는 누가 국가원수가 되든 또는 각료가 되든 국가운영이나 정책운영에 큰 변동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한 곳에서는 국가나 사회의 기능이 자동신축적으로 가동하는 폭이 넓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화가 지연되고 있는 사회일 수록 제도나 조직보다도 각급 책임자의 개인적 능력과 경륜이 조직운영의 효율에 상대적으로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물론 인사문제가 선진국인들 중요하지 않을리 없으나 선진이전국가들로서는 상대적으로 그 의의가 더욱 큰 것임을 절감하게 된다.

 인사의 요체는 능력 경륜 도덕성의 세 요인을 고려하는데 있다 할 것이다. 인간이란 원래 불완전한 것이어서 이 세 요인을 모두 완벽하게 갖출 수는 없다. 다만 세 요인중 어느 하나라도 결정적 결함이 있다면 이는 결격으로 보아야 할 것이며 한 요인만의 흠결이 있다 할지라도 지도적 공인으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충족은 반드시 요구된다. 이 세 요인을 인사에서 요구되는 경으로 볼 때 그 위로 해야 할 것은 개혁감각 행정감각 상징가치등이라고 본다. 투철한 개혁감각이 특히 요구되는 부서, 고도의 행정감각이 요청되는 부서, 상징적 의의로서 족한 부서를 적절히 구분해서 그에 따른 적재의 기용이 요망된다.

 사람에 대한 평가란 의외로 실제로 알려지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를 수 있고 어느 집단이나 개인의 천거에도 그 입장에서의 편견이 개재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언론에 의해서 특정직에 대한 하마평(하마평)이 보도되는 경우 상당한 객관성을 지니는 경우도 있으나 해당 언론사의 성향에 의해서 유도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없지 않다. 정부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인물정보에 대한 면밀하고 공정한 분석 정리를 통해서 평가하는 일방, 특정인물과 장기간 같은 직장·직역에서 생활했거나 오랜 교류를 해온 양식있는 인사들의 의견을 직·간접으로 청취 수렴해보는 것은 매우 유조할 것으로 본다. 충성심은 신임을 베푸는 곳에 필연적으로 따라갈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에 원래의 충성심을 크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번에 대폭적인 개각과 인사가 단행되는 경우 그것이 현정부 집권기간의 중간의 해, 즉 국가발전을 위해 진정 일을 한 정부냐의 여부를 가름하는 관건이 될 해를 앞둔 것인 만큼 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매우 고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쌓아온 인사경험에서 얻은 사례들은 성패간에 모두 새 인사를 보다 성숙하고 합리적인 것으로 하는데 교훈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신뢰가 충만한 조직이나 사회 또는 국가만이 활력이 넘치고 효율이 높으며 사회적 비용을 절약하고 집단생산성과 집단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며 그 신뢰관계는 무엇보다도 적합한 인사정책에 의해서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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