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향후 2∼5년내 확대 개편키로 한 결정은 유럽의 정치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모스크바는 나토확대가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중단하거나 연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 모스크바는 그러나 이에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현 상황에서 나토의 확대개편은 불가피한 것같다.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는 나토는 지난 92∼93년 스스로를 개혁하고 새 전략을 수립하려고 노력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또 회원국들간의 갈등으로 심각한 내부 혼란을 겪었다. 특히 「지중해파」(친프랑스)와 「게르만파」(친독일파)간의 불화가 고조되고 있으며 게르만파의 영향력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나토 확대개편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평화동반자계획(PFP)은 이미 정치·군사적으로 끝장난 게 분명하다.
우선 군사적 측면에서 PFP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중부유럽 국가들의 나토 가입을 막고 러시아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한 타협안으로 나온 이 계획은 가입국가들에게 어떤 추가약속도 하지 않았다. 나토회원국들마저 PFP에 대한 과도한 선전과 합동훈련의 비효율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의 참여로 중부유럽 국가들도 PFP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나토의 확대가 유럽의 군사적 균형을 급속히 깨뜨리지는 않을 것이다. 새 회원국들의 가입은 오히려 보스니아 사태와 같은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떨어뜨리고 혼란만 초래할 것이다. 나토는 최소한 오는 2005년이전까지 전투준비 능력을 갖추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점증하는 고립주의, 서유럽 동맹의 활성화, 나토내 회원국간의 불화등도 나토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다.
모스크바측은 나토확대를 러시아의 목을 조르려는 지정학적·경제적 압력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나토가 향후 2∼5년내에 확대 개편한다면 러시아는 사실상 유럽에서 완전히 소외될 것이다.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정상회담에서 보리스 옐친대통령이 강력히 반발한 것도 이때문이다.
나토의 확대계획에는 러시아에 대한 정치적 고려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으며 서방은 러시아의 경고를 심각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서방은 러시아가 어쩔 수 없이 서구식 민주주의를 버리고 또다시 강경한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서방은 반옐친세력이 정권을 잡더라도 그것은 러시아 국내문제일뿐 대외문제가 아니라며 두려울 게 없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서방과 동유럽의 일부 지도자들은 옐친대통령에 대한 태도 역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옐친은 민주주의자가 아니라 잠재적인 민족주의자이며 앞으로 제국주의적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말도 들리고 있다.
서방은 러시아의 정치상황을 매우 부정확하게 평가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국력을 지극히 평가절하하고 있다. 서방은 또 나토의 확대결정이 러시아와 서방의 이해를 분명히 가르는 전제조건이라는 점 역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러시아는 어떤 대책을 마련할 것인가. 무엇보다 먼저 러시아가 외무부 고위관료층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가능성이 높다.
또 「대유럽」정책을 선호하지 않고 있는 프랑스와 유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독일과의 협력도 한층 확대될 것이다. 러시아지도부는 미국을 유럽에서 밀어내려는 구소련의 전략노선을 유지하려는 듯한 인상이다. 미국은 이점에 우려하고 있으며 특히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유럽연합(EU)가입과 중부유럽의 독일 블록권 편입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러시아 공식성명에 의하면 모스크바는 나토를 잠재적 동반자이지 결코 적이 아니라는 견해를 계속 갖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측근들은 아직도 냉전시대의 구습을 완전히 벗어버리지는 못하고 있다.<러 이타르타스 통신사장> 【정리=이장훈 모스크바특파원】 러 이타르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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