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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날릴 성조기/정일화 편집위원(남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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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날릴 성조기/정일화 편집위원(남과 북)

입력
1994.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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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에서는 지난주 5명으로 구성된 북한대표팀이 도착해 미국과의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문제를 놓고 세부방안을 토의했다. 이들은 회담진행의 틈을 내 한인교포들의 저녁초대도 받고 백악관, 의회, 제퍼슨기념관 같은 곳도 열심히 구경하고 다녔다. 아마도 내년 4월이면 워싱턴과 평양에 조선인민공화국기와 미국성조기가 펄럭거리게 될 것같다. 지난 92년 여름 북한축구팀이 워싱턴에 와 미국대표팀과 친선경기를 가졌을 때 경기가 열린 로버트 케네디구장 깃대에 인공기가 성조기와 함께 달린 일이 있었다.

 성조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걸릴 수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이날 경기는 덩치가 큰 미국을 제치고 북한팀이 2대1로 이겼다. 경기장에 나온 많은 한인 교포들은 어쨌든 북한팀에 응원을 보냈고 북한팀이 이기자 열띤 박수로 선수들을 격려했었다. 저녁만찬장에서 북한축구감독을 만났더니 그는 『언제 우리 깃발이 워싱턴 한복판에 휘날리게 될 줄을 꿈꿀 수 있었겠느냐』면서 북한팀이 이겼을 때 울었다고 말했다.

 그런 성조기가 평양상공에 휘날리고 워싱턴에 인공기가 24시간 펄럭인다면 확실히 무슨 변화가 올 것이고 또 이미 변화는 온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북한이 현재 연락사무소 설치에 관해 전제조건으로 해결해야 겠다고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미국의 경우 평양에 들어갈 미 외교관이 육로로 서울을 드나들 수 있어야 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정전협정을 미·북한간의 평화협정으로 바꿔주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다. 판문점은 외교관이 드나드는 국경초소가 아니고 군사분계선의 한 지점이기 때문에 현재 상태로는 외교관이 드나들 입장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그동안 주장해온 미·북한 평화협정이란 것은 결국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어 한반도의 전쟁주체는 북한과 미국이라는 것을 명문화 함으로써 남한을 「미국의 괴뢰정부」로 떨어뜨리고 「이제 평화가 왔으니 미군은 물러가야 한다」는 주장을 공식화 하려는 것이다.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나 국제적 상식으로는 이런 북한의 주장을 들어줄 수는 없다. 아마도 북한은 들어줄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해 그보다는 못하지만 그런 주장을 하지 않았더라면 도저히 따내지 못할 어떤 이익을 계산하면서 마지막 판에 딴 조건의 거래를 하려들 것이다.

 미국은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한 뒤에도 외교관이 평양에서 북경을 거쳐 서울로 오게 할 수는 없게 되어 있다. 어차피 서울의 미대사관에서 이들을 관장해야 할 형편이고 또 서울―평양의 연락로 개설이 아니라면 이런 연락사무소 개설 그 자체를 그렇게  쉽게 이룰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11일 북한을 방문하는 미상원의원 폴 사이먼과 프랭크 머코스키는 미공군기로 평양에 들어가 1박후 육로로 판문점을 거쳐 서울로 나오게 된다.

 남북한간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 해도 판문점에 옛 동베를린에 들어가는 찰리검문소 같이 상설통행로가 생긴다면 바늘구멍같은 좁은 통로를 통해서나마 북한이 남한을 정확히 알고 또 남한도 북한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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